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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을 기른 어머니
고경숙 지음 / 해냄 / 2024년 2월
평점 :
엄마, 어머니라는 말만 들어도 뭉클해져요.
나이들수록 어머니에 대한 마음이 점점 더 애틋해지더라고요.
《이 사람을 기른 어머니 》는 우리 시대의 큰 인물들을 키워낸 어머니를 다룬 책이에요.
책 표지를 보면 우리에게 익숙한 인물 옆에 나란히 어머니 사진이 있어요. 탤런트 최불암의 어머니 이명숙, 출판인 조우제의 어머니 홍정애, 작가 이병주의 어머니 김수조, 작가 박완서의 어머니 홍기숙, 파이프오르가니스트 곽동순의 어머니 이영옥, 영문학자 나영균과 화가 나희균의 어머니 배숙경, 언론인 조경희의 어머니 윤의화, 바이올리니스 김남윤의 어머니 정경선, 수영선수 조오련의 어머니 김용자, 농구선수 박찬숙의 어머니 김순봉.
이 책은 한국 사회의 각 분야에서 자신을 빛낸 열 분과 그 어머니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저자는 월간 <여성동아>의 청탁을 받고 1977년 2월부터 1978년 11월까지 당시 한국 명사들의 어머니를 찾아 「이 사람을 기른 어머니」 인터뷰 시리즈를 연재했는데 그 내용을 2024년 책으로 펴낸 거예요. 세월이 흘러 시대가 바뀌었어도 자식을 올곧게 키워내는 어머니의 지혜와 가르침은 변함이 없는 것 같아요.
"어머니가 살아가시는 자세를 저는 참 좋아합니다. 맹목적으로 돈을 모은다든지 사람들과 어울려 다니시는 것이 아니죠. 늘 무엇인가를 열심히 하면서 남을 돕고 계셔요. 생활이 안정됐을 때나 불안했을 때나 사시는 모습에 아무 다른 점이 없어요. 저도 늘 그것을 배우고 싶어요. 어떻게 보면 어머닌 아주 냉정한 분이죠. 그러면서도 없는 사람, 약한 사람들에겐 너무도 자애로우셔요. 저희들은 도저히 흉내를 낼 수가 없습니다. (··· ) 그 시절 입을 꼭 다무시고 무엇이든지 해내시던 어머님의 모습은 죽을 때까지 제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아요. " (42-44p)
이 세상 누구보다도 어머니를 사랑한다는 아들 최불암이 자기를 낳아 보살펴준 어머니 이명숙을 가리켜 한 말인데, 이 인터뷰가 있고 9년 뒤, 이명숙 여사가 별세하여 유품을 정리하다가 라면 상자 가득 담긴 외상 장부를 보고 어머니에게 빚을 진 사람들이 그리 많은 데 놀랐었다고 하네요. 국민배우가 된 최불암 씨는 어느덧 80대를 훌쩍 넘겼지만 여전히 다정다감한 한국인의 상징으로 사랑받는 건 다 어머니의 덕이 아닌가 싶어요.
"세상의 부모 가운데는 토마토를 기르듯이 자식을 기르는 부모와 거목을 돌보듯이 자식을 기르는 부모가 있어요.
가는 줄기를 받침대로 받쳐주고 열매를 맺게 하여 받침대 없이는 한시도 살지 못하는 토마토처럼 나약한 인생을 만드는 것은 순전히 어머니의 책임이라고 봐요. 때로는 냉정하고 무관심할 줄 알아야 사람은 맘껏 거목처럼 클 수 있어요." (70-71p) 작가 이병주는 자신을 기른 어머니의 대륙적 여인상을 한마디로 쏙 들어오게 묘사했는데, 우리가 신문이나 방송, TV에서 보아온 명사의 모습이 한그루의 나무나 식물의 열매에 해당한다면 어머니는 뿌리라고 볼 수 있어요. 땅 밑에 감춰진 뿌리, 새삼 그 뿌리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네요. 깊이 굳건하게 중심을 잡아주는 뿌리가 되어준 어머니, 그 존재만으로도 자식에겐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어머니 세대가 우리에게 해주셨던 역할을 이제 나 자신이 딸에게 베풀어야 할 차례예요.
우리 어머니 세대는 자기 몫을 남기지 않고 모든 것을 자식에게 주는 희생적인 모정의 세대였죠. 그러나 지금 세대의 딸들은 그러기를 바라지 않을 거예요. 인생의 친구가 되어주는 엄마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슬플 때 달려가 함께 울면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대화자가 될 수 있는 엄마 말예요. 때때로 나는 엄마에게 매달려 울고 싶어지곤 했어요. 그러나 당신의 슬픔만으로도 힘겨운 엄마에게 그럴 순 없더군요. 우리 엄만 내 불해을 모르셔야 해요······." (162p) 언론인 조경희의 어머니 윤의화 여사는 슬픔을 삼키고 운명을 지켜낸 분이기에 딸 역시 굳은 심지를 닮아가고 있어요. 아낌 없이 모든 걸 내어주던 옛 어머니들은 자신의 이름 석 자도 잊은 채 사셨기에 이제는 그 이름을 불러드리고 싶네요. 이 책의 어머니들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을 응원하고 싶어요. 훌륭한 어머니들을 통해 강인한 모성과 사랑으로 키우는 지혜를 배웠네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