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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것들의 기록 - 유품정리사가 써내려간 떠난 이들의 뒷모습
김새별.전애원 지음 / 청림출판 / 2024년 1월
평점 :
떠난 이들이 세상에 남기고 간 마지막 흔적을 정리하는 유품정리사.
그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딱 거기까지, 뭔가 피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나봐요.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과 <무브 투 헤븐>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슬쩍 넘겼거든요. 근데 최근 마음이 바뀌었고, 《남겨진 것들의 기록》을 읽게 됐어요. 이 책의 저자들은 고독사 현장을 정리하는 일을 해오고 있으며, 떠나간 이들의 사연과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그동안 고독사에 대해 잘 몰랐고, 유품정리사의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아직도 고독사 현장 정리에 대한 규정이 전무하고, 자격이 정해져 있지 않아서 일반 폐기물 업체도 유품정리를 한다는 사실은 좀 충격이었어요. 고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지 않는 태도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사회적으로도 용납해선 안 될 것 같아요. 그만큼 유품정리사가 얼마나 중요한 일들을 하고 있는지 잘 몰랐다는 반증이기도 해요. 고독사는 나이든 노인들이 겪는 안타까운 죽음이라고만 여겼던 게 크나큰 착각이었어요. 노인 고독사는 줄어들었지만 고독사 자체는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더 늘어나고 있는 실정인데, 그 이유는 결혼을 기피하는 젊은 1인 가구와 이혼이나 실직으로 주변과 단절한 채 살아가는 중장년층이 많아지면서 사회 전반으로 고독사의 위험을 품은 사람들의 비중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해요. 지병으로 인한 병사, 자살, 실족사, 돌연사 등 죽음의 이유가 여러 가지라서 이 모든 사람을 고독사 위험군으로 묶을 수는 없기 때문에 저자들은 예정군에 해당하는 사람에게 조금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 돕는 방법이 필요하고, 사각지대에 있는 위험군이 스스로 자각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이야기하네요. 그래서 남겨진 이야기는 죽은 사람의 집을 정리하고 청소하는 일뿐만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을 담고 있네요.
"죽은 사람은 그걸로 끝이지만 남겨진 사람에게는 그때부터 새로운 고통이 시작된다. 사느냐, 죽느냐는 온전히 자신의 선택으로만 여겨지겠지만 그렇지가 않다. 남겨진 사람에 대한 책임과 도리도 잊어서는 안 된다. 내가 세상에 태어나게 한 아이들이 있는 한 선택에 대한 완전한 자유는 없다."(32p) 마지막으로 유품정리사가 알려주는 자신을 지켜내는 7계명은 남겨진 사람들과 살아 있는 우리 모두를 위한 삶의 지혜가 아닐까 싶어요. 7계명은 그 자체가 특별한 비법이라기보다는 이 책을 읽었기 때문에 더 크게 와닿는 깨달음이네요. 김새별님이 "홀로 쓸쓸히 세상을 떠나는 사람이 너무도 많은 요즘이다.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죽음을 향해 다가가는 경우도 있다. 자신을 방치할 때 고독사의 가능성은 높아진다. 마지막 순간에 어떤 죽음을 맞이할 것인지는 오늘의 나에게 달려 있는지도 모른다. 쓸쓸한 인생이 외롭게 마무리되듯, 다정한 인생은 따뜻한 마무리로 이어진다고 나는 믿는다." 라고 했던 말처럼 우리 사회에는 따뜻함과 다정함이 절실한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