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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수학책 - 내 안에 숨겨진 수학 본능을 깨우는 시간
수전 다고스티노 지음, 김소정 옮김 / 해나무 / 2024년 2월
평점 :
스위치를 켜는 것처럼 반짝 반응하는 단어들이 있어요.
그 중 하나가 '다정한'이라는 수식어예요. 잘 모르거나 낯선 대상일지라도 이 수식어를 붙이면 호감이 생기는, 나만의 마법 단어랄까요.
《다정한 수학책》은 수학자 수전 다고스티노의 책이에요.
왠지 수학자라고 하면 타고날 때부터 숫자를 알고 구구단을 읊어댈 것 같은 천재를 떠올리는데 저자는 수학시험에서 낙제하고 좌절했던 학창 시절의 흑역사를 고백하면서 수학은 타고난 재능보다 호기심, 열망, 끈기가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네요. 단 한 번의 수학 시험에 실패했다고 수학을 놓아버렸던 저자가 거의 10년 만에 용기를 내어 미적분 예비 반에 등록한 것이 인생의 전환점이 된 것 같아요. 그 뒤로 수학 박사 학위를 따고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쳤으며, 주 정부 관리들에게 수학 교육에 관한 조언을 했고 수학 논문 책임 편집자로 일하면서 어느새 수학은 언제나 자신의 곁을 지켜준 소중한 친구가 되었다고 하네요. 오죽하면 버트런드 러셀이 "인간 세상에 나를 위로해 줄 것이 하나도 없다고 느낄 때면 수학과 별이 나를 위로해준다" (9p)라고 했던 말을 인용하면서 러셀이 내 삶의 여정을 미리 내다봤다고 이야기할까요.
저자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수학에 관한 대화를 나누면서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는데, 그건 사람들이 수학을 사랑하든 미워하든간에 수학에 정말 강렬한 감정을 품고 있다는 거예요. 수학을 싫어하는 사람들조차도 "늘 수학을 잘하는 사람이 부러웠어요. 언제나 나도 수학을 잘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10p)라는 말을 덧붙이더래요. 그러니 수학은 잘못이 없는 거예요. 수학을 싫어하게 됐고, 수학을 떠나야 했던 이유들은 모두 과거일 뿐이고, 이제는 수학을 온전히 그 자체로 마주할 용기만 내면 돼요. 왜냐하면 다정한 수학책이 있으니까요.
이 책은 수학과 멀어져버린 모든 사람들에게 건네는 즐거운 수학 이야기예요. 수학 너머에 있는 수학적 생각을 편안하게 수다 떨듯이 들려주고 있어요. 다소 어렵거나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어도 신경쓸 필요가 없어요. 중요한 건 마음이니까요. 수학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를 느끼는 것이 먼저예요. 책의 구성은 몸을 위한 수학, 마음을 위한 수학, 영혼을 위한 수학으로 나뉘어져 있지만 각 장마다 핵심 키워드가 있기 때문에 원하는 대로 골라 읽을 수 있어요. 어떤 방식으로 읽느냐는 전적으로 본인의 선택이지만 저자가 제안하는 방법은 천천히 읽으며 생각하는 거예요. 읽은 내용과 그림을 보면서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갖고, 책 속에 나온 문제를 풀어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핵심이에요. 시간을 다투는 시험이나 경쟁이 아니기 때문에 여유롭게 문제를 풀고, 어떤 개념인지 본문을 다시 읽는 과정을 즐기면 돼요. 일상 속에서 수학을 찾아보는 재미를 하나씩 배우게 되네요. 무엇보다도 우리의 삶에서 수학이 꽤나 큰 의미와 힘을 준다는 사실이 놀라웠어요. 저자의 조언대로 삶이 너무 바빠서 수학을 공부할 시간도, 다른 목표를 추구할 시간도 없다는 걱정이 들 때면 아르키메데스를, 불확실성과 씨름해야 할 때는 베이즈 통계법을, 세상에 이런 일이 가능한가 싶을 정도로 당혹스러운 순간에는 허수를 떠올려 보려고 해요. 수학 공부도 인생도, 일단 마음을 열고 노력하면 상상도 하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다는 걸 배웠네요. 그러니 다정한 수학책으로 우리 내면에 잠든 수학자를 깨워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