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가는 가장 먼 길 - 임성순 여행 에세이
임성순 지음 / 행북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여행을 왜 떠날까요.

집 나서면 고생이라는 말이 있듯이 쉬자고 떠난 여행이 고행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예기지 못한 일들은 언제나 시시때때로 벌어지니까요. 중요한 건 여행이 힘든 줄 알면서도 기꺼이 나서는 데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거예요. 저마다의 이유, 그래서 여행 이야기는 재미있어요.

《집으로 돌아가는 가장 먼 길》은 임성순 작가님의 여행 에세이예요. 책표지에는 낯설고 이국적인 풍경의 길 위를 오토바이로 달리는 한 사람의 뒷모습이 보이네요. 아마 작가님인 듯, 근데 저 사진은 누가 찍어준 걸까요. 오토바이로 떠나는 세계 여행의 낭만을 기대하면서 첫 장을 펼치지마자 웃음이 빵 터졌네요.

"여행을 싫어합니다. 싫어하는 이유야 손에 꼽을 수 없이 많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귀찮기 때문일 겁니다. 다른 사람들은 여행 과정 중 가장 설레는 시간이라는 준비 과정도 제게는 귀찮은 일일뿐입니다. 그래서 3개월이나 걸릴 여행을 앞두고도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미적거리는 것은 기본이요, 출발 당일까지 숙소조차 예약하지 않은 채 버티다가 후다닥 짐을 꾸려 오토바이에 얹고는 중얼거립니다. '아, 가기 귀찮다.' 그런데 왜 가냐고요? 그러게요. (···) 저는 일단 저를 집에서 쫓아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여행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말이죠. 그래요, 이것은 일종의 유배기이자 귀향을 위해 가장 먼 길을 돌아가는 한 멍청한 인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별 일은 ... 제발 없었으면 좋겠네요." (9-11p)

저자는 오토바이를 타고 대관령을 넘어 동해에 도착해서 복잡한 오토바이 통관 수속을 거쳐 배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로 간 다음, 시베리아 횡단 열차로 모스크바에 도착하여 본격적인 오토바이 여행을 시작했어요. 처음 고백했던 대로 저자는 여행이나 모험과는 담을 쌓고 살았던 소심한 작가였는데 러시아에서 보낸 마지막 밤에 자신이 왜 오토바이 여행을 떠나게 됐는지 그 이유를 찾게 돼요. 우연히 유튜브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알프스를 넘는 영상을 본 뒤로 유튜브 알고리즘이 신형 오토바이 프로모션 영상을 보여줬고 어느새 영상 속 표지판을 구글로 검색하고 있더래요. 근데 진짜 이유는 가장 힘들었던 20대무렵 자주 들었던 김광석의 '다시 부르기' 라이브 앨범에서 광석이 형이 마흔 살이 넘으면 아마도 할리데이비슨으로 추정되는 오토바이를 사서 세계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던 것, 그게 스스로도 납득하지 못했던 여행의 시발점이었던 거예요. 오래된 서랍 속에서 찾아낸 일기장처럼 잊고 있던 꿈을 현실에서 이뤄냈으니 충분히 고생할 만한 이유였네요. 막혔든 망했든 여행은 계속되고, 쓸데없고 의미 없는 여행은 없다는 저자의 말이 모두 납득이 됐어요. 어쩐지 짠내가 느껴지는 여정들과 투덜거림을 응원하게 되더라고요. 그동안 본 적 없은 오토바이 세계 여행이라 신기한 데다가 나름 맛깔나는 설명을 해주니 흥미롭네요. 여행자가 고생할수록 이야기는 더욱 깊어지는 법이니까요. 무엇보다도 여행 자체가 우리의 인생과 똑닮은 것 같아서 은근 교훈적이었어요. 고생할 게 뻔한 데도 여행을 낭만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건 그 끝에 편히 쉴 나의 집이 있으니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행복인 것 같아요. 멀리 돌고 돌아서 원래의 삶으로 돌아왔을 때 비로소 제자리를 찾은 기쁨과 감사를 느끼게 되나봐요. 힘든 여행도 언젠가는 끝이 나고, 그 모든 고생들은 추억이 되겠지요. 또한 세상은 넓고 아름답다는 걸 깨닫게 되겠지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