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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행복하게, 그러나 - 어떤 공주 이야기
연여름 외 지음 / 고블 / 2023년 12월
평점 :
동화 속 공주들의 해피엔딩을 의심하는 순간, 어른이 되어버린 것 같아요.
전혀 아름답지 않은, 그녀들의 속사정을 이해할 만큼 나이가 들었을 때 비로소 동화는 현실의 이야기로 바뀌었어요.
《영원히 행복하게, 그러나》는 어른들을 위한 '어떤 공주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이 책에는 여섯 명의 작가들이 새롭게 해석한 공주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다들 알고 있는 내용이겠지만 어릴 때 읽었던 엄지공주, 라푼젤, 신데렐라, 백설공주 그리고 알라딘과 요술램프의 줄거리가 간략하게 나와 있어요. 그 동화를 모티브로 한 소설이지만 각 작품은 독특한 세계를 보여주고 있어요. 억지로 행복을 강요하는 공주 이야기는 이제 그만 할 때가 됐어요. 위험에 빠진 공주를 구원해줄 사람은 다름 아닌 공주 자신이라는 걸, 무엇보다도 공주라는 신분 자체가 정체성과 잠재력을 가두는 족쇄였음을 깨닫고 부숴버려야 해요.
연여름 작가님의 <스왈로우 탐정 사무소 사건 보고서> 는 엄지공주 '마야'와 같은 클론이 등장해요. 초기 인간족인 베이퍼 부인은 클론을 주문하게 되고, 원래 바라던 작은 여자아이는 아니지만 열일곱 살 수준의 클론 마야를 자식처럼 돌보게 되는데, 어느 날 갑자기 실종되면서 스왈로우 탐정 사무소를 찾게 된 거예요. 탐정은 혼종 인간족 중에서 날개족인 슈엘이며 마야를 찾다가 위험에 빠지게 되는 내용이에요. 클론과 변종 인류가 공존하는 미래 세계에서 특히 날개족은 은하법에 따라 성년이 되면 날개를 제거해야 한다는 설정이 여러 가지 상징을 담고 있어서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탐정님은 언제 날개를 꺾으셨나요?" (30p)
배명은 작가님의 <측백나무성의 라푼젤>은 오싹한 스릴러물이고, 모래 작가님의 <변신>에서는 신데렐라가 재투성이 행성 출신 외계인 '신디'로 등장하는 블랙코미디물에 가까워요. 문녹주 작가님의 <미혼모 백설의 기고>는 되물림되는 비극을 보여주고, 이지연 작가님의 <산맥공주>는 몽골을 배경으로 영웅의 탄생을, 류조이 작가님의 <고들빼기 공주와 전설의 김칫독>은 직장 내에서 펼쳐지는 암투를 유쾌하게 풀어낸 드라마 장르네요. 익숙한 공주 이야기에서 출발했지만 여섯 작가님의 개성을 느낄 수 있는 멋진 작품으로 재탄생했네요. 여러 장르를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였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