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날개가 전해 준 것
오가와 이토 지음, 권영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2월
평점 :
《날개가 전해 준 것》은 오가와 이토 작가님의 미니 힐링 소설이에요.
날개의 깃털만큼 가볍고 작은 책 속에는 살아 숨쉬는 모든 존재들을 위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처음엔 몰랐어요, 그저 새들에 관한 이야기구나 싶었거든요. 그런데 삶의 여정이 우리와 다르지 않아서 놀라웠고, 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고마웠어요. 자연은 늘 우리에게 말을 건네고 있었는데, 우리는 귀기울여 듣질 않았던 거예요. 나와 너는 다르니까, 언어가 달라서 소통할 수 없다고, 어쩌면 너희들은 아무것도 모를 거라며 무시했던 건지도 몰라요. 정말 뭘 모르는 건 인간인데 말이에요.
"이건 내 반평생을 엮은 이야기다. 나는 왕관앵무다.
작기는 해도 어엿한 왕관을 머리에 썼다. 내게 새로서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 준 것은 야에 씨였다.
야에 씨는 회색앵무 할머니인데 나이가 아주 많았다. 야에 씨는 전쟁 전에 태어났다고 했다.
하지만 전쟁 전이 뭔지 나는 모른다. 죄 모르는 것 투성이인데도 야에 씨는 늘 나를 다정하게 대해 주었다." (7p)
소설은 이렇게 시작되고 있어요. 노란 깃털에 볼만 빨간 왕관앵무인 '나'는 이사와서 처음 만난 이가 옆 새장에 있던 회색앵무 할머니 야예 씨였어요. 무슨 연유인지는 몰라도 '나'는 이전 기억이 잘 나지 않았는데 할머니 덕분에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기억하게 됐어요. 첫 번째로 알려준 건 인간에 관한 거예요.
"인간이 뭐예요?"
"자기들이 제일 똑똑한 줄 알고 두 발로 걷고 날지도 못하는 녀석들이란다."
"날지도 못하는 녀석들······?"
"그래, 날지도 못하거든. 날개를 잃었으니까."
"날개?" (10-11p)
회색앵무 할머니는 '나'에게 아주 긴긴 이야기를 들려줬어요. 신기한 건 그 길고 긴 내용이 너무나 짧은 글로 적혀 있다는 거예요. 읽으면서 빈 여백을 꽉 채우는 따스한 온기를 느꼈어요. 오랜 세월을 지나며 겪은 할머니의 경험들이 옛 이야기를 통해 어린 '나'에게 전달되고 있어요. 그 이야기는 '나'의 마음에 뿌려진 작은 씨앗과도 같아요. 아직은 다 이해할 수 없지만 언젠가는 싹을 튀우고 무럭무럭 자라게 될 테니 말이에요. 야예 씨의 마지막 당부는, "다정한 날개의 주인이 되렴." (35p) 이었고, 다정한 날개에 대해 이야기할 날은 영영 찾아오지 않았어요. 쓰러진 야에 씨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고, '나'도 다른 곳으로 이사했기 때문이에요. 그 뒤로 새로운 인연을 만나게 된 '나'의 이야기가 펼쳐져요. 새장에 갇혀 있는 작은 새의 운명은 어디로 흘러갈까요. 아직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지만 왕관앵무인 '나'는 기꺼이 사람들에게 자신의 날개 깃털을 건네줬어요. 활짝 날개를 펴고 날아오른 새의 이름은 '리본'이에요. 리본! 그 날개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어요. 힘내, 힘내라며 다정한 응원을 해주고 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