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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그네 1
최인호 지음 / 열림원 / 2023년 12월
평점 :
'겨울나그네'를 아시나요?
동일한 작품이 세대마다 다르게 기억된다는 것이 참으로 묘한 것 같아요. 중요한 건 세대가 달라도 알고 있다는 사실, 그만큼 오랫동안 사랑받아왔다는 점이 아닐까 싶어요. 슈베르트의 연가곡 제목이면서 최인호 작가님의 소설이기도 한 <겨울나그네>는 이미 드라마, 영화, 뮤지컬로도 제작되어서 큰 인기를 누렸던 작품이에요. 2023년, 아련한 추억으로 간직했던 <겨울나그네>가 최인호 작가님 타계 10주기를 맞아 새롭게 출간되었어요.
책 표지를 보자마자 소설 속 장면들이 떠오르고,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 가곡 중 '보리수' 멜로디가 머릿속에서 재생되었어요. 그만큼 반가운 작품이라 읽으면서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감정들이 불쑥 나오더라고요. 뭔가 감성을 자극하는 버튼이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이 많아요. 40년 전 신문을 통해 연재되던 소설이 영화로 제작되어 대성공을 거두면서 이후 TV 미니시리즈로 제작되어 방영되었고, 뮤지컬로는 1997년, 2005년에 이어 현재 세 번째 공연 중이라고 하네요. 2005년 개정판에서 작가님은 자신의 소감을 소설 속에 등장하는 '옛날을 말하던 기쁜 우리들의 젊은 날은 저녁노을 속에 스러지는 굴뚝 위의 흰 연기와 같았나니'라면서 마음 속 보리수 가지에 젊은 시절 새겼던 희망의 말이 새겨져 있노라고 이야기하네요. 눈부시게 찬란하고 아름다운 청춘이여, 사랑이여...
주인공 민우가 운명처럼 만난 그녀와의 사랑을 잃자 자신의 삶도 놓아버리는 것을 보면서 너무나 마음이 아팠어요. 인간 본연의 순수한 감정이 세상 풍파를 겪으면서 부서져가는 과정이 눈과 얼음 가득한 추운 들판을 헤매는 청년의 모습과 겹쳐져 보였어요. 세상에서 버림받은 나그네의 정처 없는 방랑, 소설 덕분에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를 오롯이 집중하며 감상했네요. 특히 '보리수'의 가사를 음미하여 가곡을 들었네요.
"성문 앞 샘물곁에 서 있는 보리수 / 나는 그 그늘 아래 단꿈을 보았네 / 가지에 희망의 말 새겨놓고서 / 기쁘나 슬플 때나 찾아온 나무 밑 / 오늘밤도 거니네 보리수 곁으로 / 캄캄한 어둠 속에 눈 감아보았네 / 가지는 흔들려서 말하는 것 같아 / 그대여, 이곳에 와서 안식을 찾아라." (326p)
그리고 '겨울나그네' 하면 떠오르는 가곡 '4월의 노래'를 들었어요.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 돌아와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둔다 /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아득히 먼 옛 기억 속에 자리한 그 사람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그 사람만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했는지, 소설은 그 아름답고 소중한 감정들을 느끼게 해줬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