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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 문장의 기억 (양장) -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하여 ㅣ Memory of Sentences Series 1
박예진 엮음, 버지니아 울프 원작 / 센텐스 / 2024년 1월
평점 :
요근래 꾸준히 필사를 하고 있어요.
좋은 문장을 읽고 쓰면서 머리가 아닌 마음에 새길 수 있어서 도움이 되더라고요. 책을 읽다가 멈칫 다시 숨을 고르고 읽게 되는 문장들이 있는데,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문장들을 소중하게 다루고 있어요. 《버지니아 울프, 문장의 기억》은 버지니아의 13작품 속 문장들을 엮어낸 책이에요. 이미 고심하여 골라낸 212개의 문장들과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 해석이 함께 있어서 좋았어요. 네 개의 장은 각각 '세상의 편견과 차별을 서다', '어떻게 살 것인가, 의식의 흐름에 몰입하다', '초월적인 존재를 사랑하게 되다', '그래도 삶은 이어진다'라는 주제이며 이에 해당되는 작품 속 문장들로 구성되어 있어요. sentence 001 부터 sentence 212 까지 원문과 번역된 문장, 그리고 필사할 수 있는 빈 칸이 있어요. 작품의 주제를 담고 있는 문장을 자기 방식으로 의역하거나 소리내어 낭독하며 필사하면서 문장에 담긴 의미와 감동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어요. 일상의 속도보다 조금 더 천천히, 느리게 읽고 쓰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그 자체로 힐링이 되네요.
sentence 082
"날 믿어요, 캐서린, 당신은 이 시절을 돌아보게 될 거예요.
당신은 당신이 했던 모든 바보 같은 말들을 기억하게 될 거예요.
그리고 당신의 삶이 그 말들 위에 세워졌다는 것을 알게 될 거예요.
삶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사랑에 빠져 있을 때 우리가 하는 말들 위에 세워집니다." (92p)
버지니아 울프의 두 번째 소설 『밤과 낮』 에 나오는 문장이에요. 3년 동안 정신과 투병을 마무리하며 회복기에 문체 연습 삼아 쓴 작품이라고 해요.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는 젊은 여성 캐서린이라는 인물을 통해 버지니아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자전적 소설이라고 하는데 읽어보진 못했어요. 널리 알려진 작품은 아니지만 문장들을 읽다보니 가장 버지니아 울프의 생각들을 잘 드러낸 작품으로 느껴졌어요.
에필로그에는 버지니아 울프의 유서가 나와 있는데 마음이 좀 이상했어요. 많은 사람들은 그녀의 죽음이 남편 레너드 울프 때문이라며 비난했지만 유서를 보면 자신을 구할 수 있는 건 당신이었을 거라고, 그러나 끔찍한 고통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어서 당신의 삶을 망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노라 고백하고 있어요. 사랑만으로 극복할 수 없었던 안타깝고 슬픈 비극이에요. 그럼에도 버지니아 울프의 문장들은 여전히 우리에게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한 힘이 되고 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