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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별 분식집
이준호 지음 / 모모북스 / 2023년 12월
평점 :
일상의 풍경이 늘 똑같다고 느껴진다면 그건 내 마음이 시들시들해진 거예요.
그 마음을 다시 활짝 피어나게 만드는 건 무엇일까요.
《여우별 분식집》은 이준호 작가님의 소설이에요.
이 소설 속 주인공 제호를 보면서 좀 실망스러웠어요. 만사가 귀찮은 듯, 분식집을 겨우겨우 꾸려가는 태도가 영 못마땅하달까요.
'꿈이 빛나는 분식집, 여우별 분식집'이라는 표현과는 전혀 맞지 않아서, 처음에 기대했던 밝고 명랑한 느낌이 아니었어요. 오히려 정반대로 칙칙했어요. 가게 분위기도 주인 따라 간다고, 무뚝뚝하고 심드렁한 제호처럼 여우별 분식집도 썰렁한 무채색 느낌이었는데, 다행히 아르바이트생 세아 덕분에 완전 분위기가 전환되었어요. 항상 웃는 얼굴로 대하고, 언제든지 도움이 필요하면 달려가는 세아야말로 우리가 원하는 주인공의 모습이에요.
반짝반짝 빛나는 스물두 살 청춘 세아와 꿈도 미래도 의욕도 없는 아저씨 제호라는 두 인물을 통해 우리의 삶과 꿈을 돌아보게 되네요. 두 사람은 공통점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지만 여우별 분식집이라는 공간에서 함께 일하면서 알게 모르게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있어요. 분식집 사장님과 아르바이트생의 관계로 보자면 특별할 게 없는데 각자의 사연을 알고 바라보면 그들의 모습을 이해할 수 있어요.
이준호 작가님은 공대를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다가 어릴 때부터 막연히 꿈꿔오던 소설 집필을 취미로 시작하여, 드디어 첫 번째 책 <은둔형 외톨이의 마법> 을 2022년 출간했어요. <여우별 분식집>은 두 번째 책이에요. 어쩐지 여우별 분식집 제호의 모습에서 작가님을 떠올리게 됐어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저씨의 모습이지만 그 내면에 아직 활짝 펴본 적 없는 꽃, 펼쳐 보지 못한 날개가 숨어 있다는 걸 알려주는 것 같았어요.
"너 덕분에 과거의 열정을 깨달았거든. 사실 너를 보고 있으면 과거의 나를 보는 것 같아. 대단한 미래를 꿈꾸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그때의 나 말이야. 너에게서 그런 내 모습을 볼 때마다 현실이 그렇게 쉬운 게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었어. 그러다 꾹 눌러 담았지. 근데 어느 순간, 예전의 나를 되찾고 싶더라고. 어른이란 이유로 너에게 충고를 해주고 싶었는데 오히려 너를 통해 과거의 내 모습을 깨달았어." (251p)
대단할 것 없는 분식집 아저씨의 심경 변화가 현실적으로 느껴졌어요. 평범한 이야기 속에 담긴 진심어린 응원이랄까요. 모두를 향해, 힘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어요. 고된 일상이 하루 아침에 달라지는 마법은 없지만 우리에겐 꿈과 희망이 있다는 걸 깨닫게 해주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