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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위의 직관주의자 - 단순하고 사소한 생각, 디자인
박찬휘 지음 / 싱긋 / 2023년 12월
평점 :
《종이 위의 직관주의자》는 자동차 디자이너 박찬휘님의 책이에요.
현재 뮌헨에 위치한 전기차 니오의 디자인센터 수석디자이너로 활동하면서 글쓰기와 사진을 통해 새로운 생각의 시도를 이어오고 있다고 해요.
그의 첫 번째 책 <딴생각>을 읽으면서 디자이너의 영감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라 평범한 일상 속에서 찾아내는 것임을 알게 됐어요.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일상은 아직도 나를 자극하는 새로운 촉매제'라는 것과 '사소한 것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라는 것이었어요. 유럽에서 그가 배운 건 잘 그리는 일보다 마음대로 그릴 수 있는 자유로움이었다고 해요. 유럽 디자이너로 살면서 겪은 일상의 이야기와 생각들을 전작에 담았다면 이번 책에서는 단순하고 사소한 생각들을 들려주고 있어요. 핵심은 디자인이란 평범한 생각이라는 것, 모두에게 가까이 있는 일이라는 거예요. 기술의 범람이 디자이너들에게 계속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눈앞의 문제에 급급하다보면 전체를 살필 눈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지금 필요한 건 몇 발짝 물러나 전체를 살피는 일이라고 이야기하네요. 의미 있는 사유를 위한 태도야말로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는 거예요.
이 책은 디자이너의 생각 노트지만 모두를 위한 창작 노트인 것 같아요. 세상에 존재하는 직업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그 분야의 달인을 보면 마음가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되네요. 구체적인 꿈을 꾸며 자기 선택을 믿는다면 그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은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는 거예요. 아인슈타인은 오직 직관만이 교감을 통한 통찰력으로 이어진다고 했는데, 뛰어난 디자이너들도 논리적인 생각보다 고집스러운 직관에 의지할 때가 많다고 해요. 어떤 프로젝트가 시작되든 내면의 직관을 가장 열정적으로 그려내 보이는 스케치는 최초의 답안이라는 거죠. 마치 마음이 끌리는 대로 강렬한 직관을 투사해 사랑에 빠졌던 첫사랑 같다는 것. 가장 올바른 답은 직관 속 황홀했던 첫순간에 있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는 거예요. 저자는 "맨 처음의 마음,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고 그토록 완고하기만 했던 첫사랑이 답이다." (122p)라고 이야기하네요. 중요한 건 진실한 말과 생각을 직접 종이 위에 쓰고 그려야 한다는 거예요. 우리는 그동안 뭔가를 잘 해야만 한다는 강박에 갇혀 있었던 게 아닌가 싶어요. 생각을 글로 써보기도 전에, 그림을 그리기도 전에 포기했다면 아마 누군가의 시선과 평가에 주눅이 들었기 때문일 텐데, 그랬기 때문에 더더욱 쓰고 그려야 해요. 연필을 쥐고 쓰고 그리는 일은 의지의 문제일 뿐, 표현의 옳고 그름은 온전히 나 자신의 몫인 거예요. 저자는 빈 종이 위에 자신만의 이야기를 쓰고 담고 그려낼 수 있다면 누구라도 감동과 의지의 경계를 끝없이 넘나들게 될 거라 하네요. 단순하고 사소한 것들이 결국 가장 특별하고 소중한 것임을 깨닫게 해주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