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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어사 2 - 각성
설민석.원더스 지음 / 단꿈아이 / 2023년 12월
평점 :
"두려운 게로군.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고 상황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을 때, 인간은 그때를 가장 두려워하지." (275p)
요괴가 나타났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요괴는 인간의 모습을 흉내 낸 괴물이 아닐까요.
옛날 옛적에 인간 세상을 혼란에 빠뜨렸던 요괴들이 등장하는 이야기가 왜 지금 우리의 마음을 꿈틀대게 만드는 걸까요.
《요괴어사》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K-요괴 판타지 소설이에요.
웹소설 작가 원더스와 설민석 작가가 함께 만든 우리 역사 판타지 소설이라서 특별한 것 같아요.
18세기 조선의 임금 정조가 죽은 백성까지 살피기 위해 요괴어사대를 조직했다는 설정이 흥미로워요. 어쩐지 조선판 마블 느낌이랄까요. 정조는 기이한 능력자들을 한데 모아 원혼을 천도하고 사악한 요괴들을 무찌르는 임무를 맡긴 거예요. 요괴어사대의 비밀 요원으로는 죽은 이를 보는 소녀 벼리, 각종 무술에 능한 장사 백원, 말보다 더 빠른 미소년 광탈, 미래를 보는 여인 무령이 있어요. 처음엔 오합지졸 같던 이들이 점점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이 아름다운 것 같아요. 1권에 이어 2권은 <각성>으로 요괴어사대가 강력한 요괴 때문에 전투력과 무기를 모두 상실해버린 이후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다행히 해치가 미리 준비한 여의주의 치유 덕으로 저승행은 면했지만 육신과 정신에 너무나 큰 타격을 받고 말았어요. 무적의 용사라고 여겼던 요괴어사대가 사악한 요괴들이 마음 속 상처를 공격하자 너무나 처참하게 무너지고 말았어요. 이를 묵묵히 지켜보던 정조는 요괴어사대의 제일 무사인 백원에게 책을 내밀며 이렇게 말했어요. "스승은 사람만이 아니다. 너를 스치는 바람, 떨어지는 잎새에도 배울 것이 있는 법. 세상 만물이 네 스승이 될 수 있음을 어찌 모르느냐. 백원아, 이제는 과인뿐 아니라, 하늘의 달과 별, 신수와 짐승까지 모든 만물을 네 스승으로 모시거라. (···) 오늘 이 순간을 위해 준비해 왔던 비급이다. 쉽게 알아내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꼼꼼하게 살피고 거듭 따져서 깨달아라. 그것이 비급을 얻은 자의 몫이니." (228-229p) 겉보기엔 그냥 평범한 책이지만 그 안에는 놀라운 비밀이 숨겨져 있어요. 정조는 백원에게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것은 내면의 상처와 두려움을 지닌 모두에게 해당되는 조언인 것 같아요.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속담이 있듯이 요괴와 맞서 싸우려면 각성해야만 해요. 그리고 더 강해져야만 해요. 요괴어사대를 응원하다 보니 어느새 그 마음이 혼란한 이 세상을 향한 외침으로 바뀌게 되네요. "제 안의 힘을 깨운 건 분노이지만, 그것을 키운 건 사랑입니다." (26p) 라는 무령의 진심어린 말이 큰 울림을 줬네요. 과연 3권에서는 요괴어사대가 얼마만큼 성장해 있을지 굉장히 기대되네요.
"<삼국유사> 권2 기이紀異, <삼국사기> 권32 잡지雜誌 제1악조樂條.
신라 신문왕 2년, 동해에 거대한 산 하나가 나타났는데
모양이 마치 거북이 머리처럼 생겼다. 산 위에는 한 개의 대나무가 있어,
낮에는 둘이었다가 밤에는 합해서 하나가 되었는데······.
왕은 그 대나무로 피리를 만들었다. 그 피리의 이름은······."
벼리가 차마 말을 잇지 못하자 옆에 있던 무령이 문장을 완성했다.
"만파식적 萬波息笛." (408-409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