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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 챔프 아서왕
염기원 지음 / 문학세계사 / 2023년 12월
평점 :
답답한 현실 때문인지, 근래에 판타지 장르가 인기를 끄는 것 같아요.
지금과는 다른, 뭔가 특별한 능력이 생기거나 아예 새로운 n차 생을 살게 되는 주인공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거죠.
잠시나마 주인공을 통해서 이루지 못한 성공을 거두고, 억울한 일을 해결하고, 나쁜 악당에게 복수를 할 수 있으니 한바탕 신나는 꿈을 꿨다고 해야 하나, 암튼 그런 이유들로 판타지 장르에 빠져드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 소설은, 호락호락하지 않네요. 여고생, 챔프, 아서왕이라는 단어들로 기대감을 잔뜩 올려놓고선 전혀 다른 방식의 전개와 결말을 보여주고 있어요. 비록 이야기는 원하는 대로 흘러가진 않았지만 지루할 틈 없이 흥미로웠고, 판타지 장르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감정들을 접하고 말았네요.
《여고생 챔프 아서왕》은 염기원 작가님의 장편소설이에요.
저자는 포털회사와 미디어랩사를 거치며 IT 노동자로 살다가 소설을 쓰기 위해 스타트업을 정리했고, 처음 쓴 장편소설로 5,000만 원 상금이 걸린 문학상에 당선된 신인 작가라고 하네요. 이 작품은 짧으면 짧고 길다면 긴,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전념하여 완성되었고, 그 기간 중 여섯 번째로 쓴 장편이라고 해요. '복싱밖에 모르는 여고생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복수에 대한 고찰' (246p) 퇴고를 마친 뒤 엑셀에 기록한 한 줄 요약이며, 두 단어로 정의하자면 '안갚음' (자식이 커서 부모를 돌보는 일)과 '앙갚음'이라고 하네요.
주인공 왕서아는 2003년 7월 2일 태어났고, 우연한 계기로 복싱을 시작하여 고등학교 1학년에 아마추어 복싱 한국 챔피언이 되었어요. 하지만 소설은 암울한 방향으로 우리의 주인공을 데려가네요. 엄마와 단둘이 하는 서아의 가정환경에서 벌어질 수 있는 최악의 일, 그로 인해 모든 게 꼬여버리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네요. 복싱밖에 모르는 여고생 아서왕에게 최고의 복수는 무엇일까,라는 것이 작가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에요. 교과서적인 답변을 해야 한다면, 최고의 복수는 적처럼 되지 않는 거라고 말하겠지만 진짜 속내를 묻는 거라면 답변을 꿀꺽 삼키고 싶네요. 소설이 아닌 현실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복수는 저마다 다를 테니까요. 어쨌든 악인의 최후가 끔찍하길 바라는 건 모두 같은 마음이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