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 - 숲과 평원과 사막을 걸으며 고통에서 치유로 향해 간 55년의 여정
배리 로페즈 지음, 이승민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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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는 배리 로페즈의 책이에요.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배리 로페즈가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했어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사람은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과 삶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배리 로페즈는 세상을 떠나기 몇 개월 전부터 자신의 마지막 에세이집인 이 책을 구상했고, 오랜 동료들의 도움으로 그의 문학적 유산을 기념하는 아름다운 유고집이 완성되었다고 하네요.

"내 나이대 - 이제 일흔이다 - 남성들이 대부분 그럴 텐데, 나 역시 전립선암을 발견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으로 혈중 전립선특이항원수치PSA 측정 검사를 6개월에 한 번씩 받아왔다. ... 골 스캔 결과 암이 골반골에 이미 전이된 것으로 밝혀졌다. 뒤이은 시티촬영은 암이 림프절까지 번져 있음을 확인시켜주었다. ... 암이 생기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하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물론, 암은 선생이다. 암이 가르쳐준 것을 적어보련다. 암은 공감과 연민을 가르친다. 이 세계에서 실패하는 듯 보이는 모든 것을 포용하는 인내를 가르친다. 나와 남이 엉망으로 만든 내 인생에 대한 아량을 가르친다. 암은 개인의 야심을 깊이 변화시킨다. 공동체 안에서 힘을 찾도록 가르친다. 이 힘은 개개인의 분투에서 발견하는 힘과 다르다. 암은 인간에게 적응을 가르친다. ... 이울어가는 몸 안에 아직 남아 있는 생명이라는 선물을 만끽할 것이다." (380-383p)

배리 로페즈는 마지막 순간까지 살아 있음을 만끽하며 아름다운 작별인사를 남겼어요. 이 책에서는 그의 불우한 어린 시절부터 숲과 평원과 사막을 걸으며 고통에서 치유로 향해 간 55년의 여정을 만날 수 있어요. 끔찍한 학대를 견뎌낸 소년은 타인의 악몽에 공감할 수 있는 보다 큰 포용력을 자기 안에서 발견했어요. 자신을 옥죄던 해결되지 않은 공포와 분노를 연민으로 승화하고, 남들이 모르는 각자의 삶에서 벌어지는 잔혹한 역경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공동체 안에서 해결하기를 바랐어요. 고요한 호수처럼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뜻을 굽히지 않고 치열하지만 차분하게 자신의 여정을 계속해나갔다는 점에서 놀랍고 존경스러워요. 겨우 한 권의 책으로 배리 로페즈라는 인물과 그의 삶을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를 통해 소중한 교훈을 얻었어요. 로페즈 자신이 '공포시대'라고 부르는 우리 시대에 희망을 잃지 않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네요. 그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것을 알고 사랑하는 것, 타인에게도 똑같이 촉구하는 것." (255p) 이에요. 배리 로페즈는 권력을 쥐는 것보다 사랑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며, 잃어버린 것에 대한 절망 속에서 죽기보다 앞에 놓인 가능성을 위해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우리 자신을 포함한 지구의 모든 생명체를 향해 열렬하게 사랑한다고, 사랑해야 한다고 말해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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