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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미래를 세탁해드립니다
정욱 지음 / 북다 / 2023년 11월
평점 :
《당신의 미래를 세탁해드립니다》는 정욱 작가님의 첫 번째 장편소설이라고 해요.
제목을 봤을 때부터,'음, 타임슬립을 소재로 한 이야기구나.'라고 짐작했어요. 역시나 시간여행은 맞지만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어요.
주인공 태오는 서른넷, 잘나가는 증권맨이었지만 벼락부자를 꿈꾸며 주식과 가상화폐에 손을 댔다가 빚더미에 사채까지 쓰다가 횡령을 저질렀어요. 막다른 길에 내몰린 태오는 회사 빌딩 옥상에 올라갔고, 곧 새해를 맞이하는 카운트다운 소리를 들으며 5! 4! 3! 2! 1! 난간 밖으로 몸을 던졌어요. 눈을 떠보니 2018년 1월 1일, 오래 전에 살던 자취방이었어요. 뭐지, 과거로 돌아가 새로운 기회를 얻은 건가, 그랬다면 좋았겠지만 충격적인 사실이 기다리고 있었네요. 2023년 1월 1일 0시, 제야의 종이 울림과 동시에 모든 사람이, 전 세계의 모든 사람이 한날한시에 5년 전으로 돌아갔고, 세상은 2018년 1월 1일로 리셋된 거예요. 태오 혼자만 겪은 일이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모든 기억을 간직한 채 5년 전 과거로 돌아왔으니 그야말로 대혼란이 벌어진 거죠. 이 와중에 꼬인 미래를 깨끗하게 해결해주는 '미래세탁소'가 생겼고, 세탁소장 이찬신은 태오에게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한 거예요. 이 소설은 미래세탁소를 찾은 의뢰인의 문제들을 지극히 평범한 방식으로 해결해주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어요. 앗, 이것조차 상상과는 다른 전개라서 신선했어요. 리셋이라는 전 지구적인 재앙 앞에서 조금씩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내면서 삶을 복구해나가는 과정을 보고 있노라니 뭔가 익숙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저자는 '마스크 없는 세상으로 돌아가고 싶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어느 날 중얼거린 말이 이 이야기의 시작이었습니다. 팬데믹 이전의 시절로 돌아간다면, 그런데 나 혼자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 함께 돌아간다면? 그래서 지난 몇 년간 있었던 일이 모두 다 없던 것으로 돼버린다면? 아, 그거 또 다른 재난이겠구나.' (269p) 라는 생각으로 시작해 이야기를 완성했다고 하네요. 소설을 읽다보면 '만약 ~ 라면'이라는 모든 상황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해 볼 수 있어서 흥미롭고, 현재를 돌아볼 수 있어서 의미 있는 것 같아요. 늘 그렇듯이 제 결론은, 어떤 일이 벌어지든간에 지금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할 거라는 다짐으로 마무리되네요. 왠지 2024년을 맞이하는 타종 행사가 더 기대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