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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의 언어 - 내 삶을 단단하게 만드는 마음의 말들
김지은 지음 / 헤이북스 / 2023년 11월
평점 :
《태도의 언어》는 기자 김지은님의 책이에요.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가 직업을 나타내는 경우에는 그만한 책임감이 느껴지는데, 저자는 '기자를 사랑하는 기자'라고 자신을 소개해서 좀 놀랐어요. 열심히 최선을 다할 순 있지만 일을 사랑한다는 건 차원이 다른 단계로 느껴졌거든요.
이 책은 저자가 기자라는 업을 사랑하게 된 이야기라고 볼 수 있어요. 수많은 사람들을 인터뷰 하면서 자신이 만난 인터뷰인들이 모두 '내 태도의 스승'이었다면서, 자신과 인터뷰이들이 살면서 가꿔온 태도의 언어들을 소개하고 있어요. '나'라는 태도를 만든 건 내가 한 일이 아니라 내가 만난 모든 인연들이 나를 성장시켰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저자는 이 책을 '나의 성장기'라고 이야기하네요.
10년 차가 지나고부터는 기자 집단을 향한 편견이나 선입견을 깨고 싶은 오기가 생겼다.
기자를 하면서 내가 가장 많이 들은 말은 '기자들은 원래 ···'였다.
그 뒤에 좋은 말이 따라붙을 리 없다.
"기자들은 원래 쓰고 싶은 말만 쏙 빼서 쓰잖아요."
"기자들은 원래 대접만 받잖아요."
"기자들은 원래 확인도 안 하고 쓰잖아요."
인터뷰 섭외 요청을 할 때 가장 많이 들었던 거절의 변도 비슷했다. 과거에 인터뷰를 했다가 경험한 안 좋은 기억 때문에 하고 싶지 않다는 답변이 많았다. 나는 "기자가 다 그런 건 아니에요. 그런 '기자 같지 않은 기자'는 극히 일부예요."라고 말하고 싶었다, 다름 아닌 '진짜 기자'의 태도로.
(43p)
책 띠지에 "배우 김혜수가 먼저 읽고 추천한 책!"이라는 문구를 보면서 궁금했는데, 역시나 첫 번째로 김혜수 배우와의 인터뷰 비화를 들려주네요. 13년 전인데도 또렷하게 기억할 정도로 그녀는 마음을 여는 태도의 언어를 보여줬고, 다시 13년 만에 다시 인터뷰할 때는 먼저 제안해줬다고 해요. 김혜수 배우님의 최근 인터뷰 내용을 보고 싶다면 한국일보 [김지은의 '삶도' 시즌2 : 실패연대기] 에서 만날 수 있는데, 김지은 기자님이 쓴 기사를 직접 읽어보니 왜 그와 인터뷰했던 인터뷰이들이 한결같은 반응을 보였는지 이해할 수 있었네요. 아름답고 소중한 인터뷰가 주는 감동 그 자체!
인터뷰 하나가 사람 마음에 어떻게 사랑과 생명의 씨앗을 뿌릴 수 있는지 새기고 새긴다.
내가 힘들었던 시기, 임 원장의 인터뷰가 내게 구원이었듯,
내 인터뷰가 누군가에게 구원으로 다가갈 수도 있음을 기억하면서
오늘도 나는 인터뷰를 한다.
(62p)
저자는 "기자란 결국 되어보는 일" (234p) 이라면서, 왜 '되는' 것이 아니고 '되어보는' 일이냐 하면 사회의 약자도, 안타까운 사고의 희생자도, 폭력의 피해자도 취재하지만 당사자가 아닌 객관적인 입장에서 거리를 두고 진짜 문제가 뭔지, 사건의 본질이 뭔지를 바라봐야 냉철하게 판단할 수 있고 그 판단의 근거가 되는 팩트를 취재할 수 있기 때문이래요. 인터뷰도 상대의 삶과 마음속으로 깊이 들어가지만 그가 되어선 안 되고, 그때 그의 처지가 되어보아야 질문을 할 수 있고, 그 거리를 지켰을 때 독자가 공감하는 글이 나온다고 해요. 이러한 설명을 듣고나니 기자의 태도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고, 기자님 덕분에 값진 인터뷰 기사를 읽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무엇보다 인터뷰의 매력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누군가의 삶에 귀를 대는 인터뷰다. 삶의 길, 삶의 도를 묻는다.
누구나 삶에는 단계가 있다. 1도, 2도를 거쳐 가장 조화로운 3도 화음의 삶을 꿈꾸며 저어간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삶. 그래서 더 가치가 있는 걸까.
'삶도' 인터뷰는 제멋대로인 그 삶을 묻고 들어보기로 한다.
어쩌면 당신의 삶도?"
'김지은의 삶도 인터뷰' 코너 설명이다. 삶의 길을 잃었다고 생각했을 때 시작한 인터뷰.
누구나 살다보면 맞닥뜨리는 순간, 그때에 꺼내보고 싶은 인터뷰.
그런 인터뷰를 쓰고 싶어 시작한 코너다. 그 코너가 시즌 2 (실패연대기)로 거듭나며
6년째 이어져올 줄은 몰랐다.
(161-162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