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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 파라다이스 1
한야 야나기하라 지음, 권진아 옮김 / 시공사 / 2023년 12월
평점 :
"이 이야기는 허구이며, 여기에 등장하는 이름, 인물, 장소, 사건들은 작가의 상상의 산물 또는 허구다.
생존 여부를 막론한 실제 인물이나 사건, 장소와 유사성이 있다면 전적으로 우연의 일치다."
소설의 첫 장에 적혀 있는 문구예요.
너무나 당연한 내용을 공지하고 있지만 굳이 소설이 허구의 이야기라는 사실을 거듭 강조하는 이유는 뭘까요. 머리로 아는 것과 가슴으로 느끼는 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일 거예요. 이 소설을 읽는 동안 가상의 세계가 실재하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투 파라다이스 1》는 한야 야나기하라의 소설이에요.
이 소설은 3부작으로 1권에서는 제1부 1893년 가상의 자유 주 뉴욕 워싱턴 스퀘어, 제2부 1993년 뉴욕을 배경으로 이름은 같지만 전혀 다른 인물인 데이비드 빙엄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먼저 1893년의 주인공 데이비드 빙엄은 자유 미국의 창립자인 너대니얼 빙엄의 손자예요. 가상의 유토피아 국가 자유주에서는 동성 결혼을 허용하고 백인 여성의 교육권과 투표권을 인정하지만 흑인의 시민권만 제외되어 있어요. 데이비드는 원래 찰스를 소개받아 결혼할 생각이었는데 우연히 자원봉사를 하다가 피아노 교사 에드워드 비숍을 보자마자 사랑에 빠지게 돼요. 우리 인생에는 몇 번의 결정적인 순간이 있다고 하잖아요. 바로 그런 놀라운 만남이었던 거예요. 에드워드는 신분 차이를 넘어 사랑할 수 있는 캘리포니아로 도망가자고 제안하고, 데이비드는 할아버지의 만류에도 떠나기로 결심해요. 모든 것을 버려도 될 만큼 더 소중했던 걸까요. 다만 그가 떠날 수 있었던 건 자신이 떠나온 곳이 천국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분명 어딘가에 천국이 있을 거라는 믿음과 희망이 그에게 도전할 용기를 준 게 아닐까 싶어요. 1993년 뉴욕의 데이비드는 법률 보조원으로 부유하고 나이 많은 변호사 찰스와 함께 살고 있어요. 여기에서 에드워드와의 접점은 하와이에서 같이 지냈던 시간들인데, 에드워드는 하와이인으로 자신의 운명이 왜 본토 흑인의 운명과 연결되어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데이비드를 꾸짖고 있어요. 무너진 왕조의 상속자 데이비드는 이제 쓸모 없어진 땅인 리포-와오-나헬레가 두 사람에겐 쓸모의 판타지였음을 떠올리고 있어요.
제1부와 제2부의 마지막 구절이 소설 제목이기도 한 "To Paradise (낙원을 향하여)"로 끝나네요. 그의 첫 발걸음으로, 반드시 그곳에 다다르겠다는 다짐을 보여주고 있어요. 이야기는 끝나지만 주인공의 진짜 여정은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의미일 거예요. 데이비드는 왜 안전한 유토피아 대신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이 도사리는 그곳을 낙원이라고 부르면서 가려고 하는 걸까요. 낙원이라고 표현했지만 꿈과 같은 이상향을 향해 돌진하는 모습에서 묘한 감정이 들었어요. 그들이 원하는 자유와 독립은 과연 모두가 꿈꾸는 낙원일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