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
공지영 지음 / 해냄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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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친구가 전화를 하더니 안부를 묻네요.

문득 생각나더라면서 어떻게 지내냐길래 별일 없이 잘 지낸다고 했어요.

전화를 끊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특별할 게 없다는 것이 서운하기보다는 왠지 안심되는 나이가 되었구나 싶었어요.

외롭지만 외롭지 않은, 잔잔하게 스며드는 삶에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책 제목을 봤을 때 당연하게 받아들였나봐요.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는 공지영 작가님의 산문집이에요.

저자는 서울 집을 처분하고 섬진강가에 정착한 지 3년이 넘었다고 해요. 어둑하고 좁은 골방에서 새벽기도를 하고 있으면 창밖에 새들이 노래하는데 이상하게 창이 어둡다가 일어나 창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면 멀리서 희미하게 동이 터오는 아침을 맞이한다고 하네요. 사람들이 "혼자서 뭐 하고 지내요?"라고 물으면 가볍게 "네, 저는 죽음을 준비하고 있어요."라고 답한대요. 죽음이라는 단어 때문에 다들 멈칫 소스라치는 반응을 보인다고.

아마 더 어렸더라면 똑같은 반응을 했을 텐데, 지금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게 되네요. 죽음을 회피하던 시기를 지나서 이제는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고 있어요. 좋은 삶을 살고 싶은 마음만큼이나 좋은 죽음을 맞이하고 싶어졌거든요. 저자의 말처럼 대개 죽음의 질이 삶 전체의 질을 결정하는 것 같아요. 평생 잘 살아오다가 안 좋은 일에 연루되어 모든 걸 포기하고 스스로 죽는 이들을 보면 안타깝고 슬퍼져요. 그러한 죽음은 그 자신뿐 아니라 주변 사람에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니까요. 아직 어떤 죽음이 좋은 죽음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생애 마지막 순간이 평화로웠으면 좋겠어요. 지난 몇 년간 저자는 작가로서 번아웃 상태였다고, 더 이상 글을 쓰는 일이 즐겁지 않았고 고통스러웠다고 해요. 시끄러운 도시를 떠나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지내면서 글을 쓰지 않고 살 수 있다는 생각을 처음 해봤다고, 그러다가 다시 글을 쓰려고 마음먹은 건...

올해 나이 예순, 떠나오기 전 후배들이 깜짝 환갑 파티를 해주며 한 말씀 하라기에 이렇게 말했대요.

"젊은 시절에 비하면 너무나 현명해지고 너무나 너그러워지고 너무나 침착해졌다고 너희가 칭찬해주니 그게 참 기뻐. 그런데 이렇게 된 건 나이가 내게 준 것이 결코 아니야. 나이를 먹고 가만히 있으면 그저 퇴보할 뿐이야. 더 딱딱해지고 더 완고해지고 더 편협해지지. 자기가 바보가 된 줄도 모르는 바보가 되지. 만일 내게 예전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진 면이 있다면 그건 성숙해지고자, 더 나아지고자 흘린 피눈물이 내게 준 거야. 쪽팔리고 속상했지만 내가 틀렸다는 것을 인정할 때 피눈물이 흐르는 거 같았거든. 그런데 육십이 된 오늘 내 인생을 돌아봤을 때 제일 잘한 게 그거 같아. 칭찬해, 내 피눈물!" (78p)

이 책에는 예루살렘을 순례했던 내용들이 나오는데 가장 인상적인 건 "중년 여자가 왜 혼자?"라는 질문과 함께 몹시 냉대를 받았던 장면인 것 같아요. 혼자 주님무덤성장의 새벽 미사를 참례하다가 눈물이 왈칵 터질 정도로 순례지의 냉대가 분했다고 하네요. "언제 예루살렘이 낙원이라고 내가 말했더냐? 언제 이들이 나를 찾아오는 네게 친절할 것이라고 내가 말했더냐? 이제 보이니? 마리아, 나와 내 제자들이 받아야 했던 그 냉대와 수모 그리고 그 수많은 눈초리들." (177-179p) 신기하게도 마음속에서 들려오는 듯한 이 말이 위로가 되면서 예수의 수난을 이해하게 되었대요. 환영받지 못하는 여행자 신세처럼 인생은 가끔 잔인하고 매몰찰 때가 있어요. 그럼에도 지치지 말고 나아가야 삶 곳곳에 숨겨진 기쁨과 행복을 찾을 수 있어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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