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마이 라이카 토마토 청소년문학
김연미 지음 / 토마토출판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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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지겨운 겨울을 버티기 위해 아이들이 생각해 낸 놀이가

바로 '얼음굴 중간에서의 접선'이었다.

"어제는 친구랑 얼음굴에서 엄마가 좋아하는 시를 읽었어."

"어떤 시를 읽었는데?"

"그대가 없다면 나는 이 넓은 우주를 공허라 부르리.

사랑하는 이여, 당신은 내 세상의 전부요."

그녀는 독백을 하는 연국배우처럼 무릎까지 꿇으며 정성스럽게

소네트 구절을 읊는 벨카를 꼭 끌어안았다.

"그 구절은 엄마가 아니라 아빠가 좋아하던 거야.

아빠가 청혼할 때 벨카처럼 무릎을 끓고 낭송해 줬거든."

"엄마, 이 시는 참 예뻐. 꼭 엄마처럼 아름다워."

그녀는 아이의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그때 남편이 선물했던

셰익스피어 소네트집이 어디에 있는지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58p)


《디어 마이 라이카》는 김연미 작가님의 소설이에요.

미래를 배경으로 한 SF 소설인데, 제게는 너무도 인간적인 사랑 이야기로 다가왔어요.

주인공 벨카는 우주에서 실종된 아버지 라이카를 그리워하다가 자신도 우주 비행사가 되었고, 아버지가 참여했던 휴마누스 3호 프로젝트와 관련된 의문점들을 풀어가는 여정을 보여주네요. 휴마누스 3호의 임무가 종료되기까지의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 벨카에겐 중요했어요. 자신이 우주 비행사가 되고 싶었던 이유가 가족을 두고 떠나버린 아버지를 이해하고 싶었다는 것, 아버지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그를 궁금해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에요. "엄마, 난 그 사람을 알고 싶어요. 그래야 나 자신도··· 알 수 있을 것 같거든요." (119p)

이 소설은 벨카의 이야기와 라이카의 이야기가 교차하며 공존하고 있어요. 과연 아들과 아버지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 서로를 알아볼 수 있을까요.

인류의 미래는 소설과 다르겠지만 - 부디 지구를 떠나는 일은 없기를 바라며 - 우주여행과 웜홀이 가능한 시대가 온다면 벨카와 라이카 두 사람의 사연이 흔한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아무리 기술이 발달하여 우주 시대가 열린다고 해도 인간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 것 같아요. 인간에게 있어서 감정과 기억은 무엇일까요. 그 의미와 가치는 변할 수 있다고 여겼는데,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아요. 사랑하기에 기억되고, 그 기억들이 우리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 같아요. 벨카의 아버지가 청혼할 때 셰익스피어 소네트를 읊었던 것처럼, 벨카의 여정을 보면서 어떤 심정이었는지를 이해하게 됐어요. 셰익스피어 소네트 18 에서 "그대가 영원한 시 속에서 시간과 한덩어리 될 때에는 사람이 숨쉬고 눈으로 볼 수 있는 한 이 시는 영원히 숨 쉴 것이며 그대에게 생명을 줄 것입니다."라며 사랑하는 연인을 찬미했던 시인의 마음은 우주에서도 통했네요. 사랑해요, 아주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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