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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의 인생 수업 ㅣ 메이트북스 클래식 14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강현규 엮음, 이상희 옮김 / 메이트북스 / 2023년 11월
평점 :
나는 들꽃을 발견하고, 그 아름다움과 세세한 부분이 전부 완벽한 것에 감탄하며 외쳤다.
"하지만 이 꽃의 모든 것이 그 어떤 주목도 받지 못하고,
어떨 때는 그 누구의 눈에 띄지도 않은 채
화려하게 피어 있다가 시들어버리지."
그러자 꽃이 이렇게 대답했다.
"이런 바보 같으니! 내가 남들에게 보이기 위해 꽃이 핀다고 생각하니?
나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 꽃을 피우는 거야.
나는 나를 기쁘게 하기 위해 꽃을 피우는 거야.
나의 행복과 기쁨은 꽃이 핀다는 데, 즉 내가 존재하는 데 있어."
(341p)
《쇼펜하우어의 인생 수업》 은 살아갈 힘을 주는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잠언집이에요.
이 책은 무명의 철학자에서 세계적인 철학자로 명성을 떨치게 해준 <소품과 부록> 을 현대적으로 다듬어 낸 편역본이라고 해요.
소품에서는 삶의 지혜를 위한 아포리즘을 부록에서는 인생과 관련된 여러 유익한 글들이 나와 있는데, 완역본을 그대로 읽기에는 어려움이 있어서 현대적 감각에 맞게 소제목을 달고 핵심 내용만을 뽑아냈다고 하네요. 그러니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는 얼마나 어려웠을지 짐작하게 되네요. 아무리 좋은 약도 너무 쓰면 삼키기 어려운 법이니까, 읽기 쉽게 풀어낸 편역본이 새삼 고맙게 느껴지네요.
책의 구성은 크게 두 부분으로 행복론과 인생론으로 나뉘어 있고, 행복한 생활을 위한 지침과 참된 인생을 위한 지혜가 짧은 글로 정리되어 있어요.
어떻게 해야 인생을 가능한 한 즐겁고 행복하게 살 것인가. 쇼펜하우어는 행복론에서 인생의 지혜를 일종의 기술로서 다루고 있어요. 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행복의 범위는 미리 정해진 그의 본성에 의해 결정되는데, 그 본질은 인격 그 자체라고 볼 수 있어요. 행복의 파랑새를 찾기 위해 멀리 떠났는데 정작 파랑새는 우리집에 있었더라는 동화처럼 '스스로 가지고 있는 것'이 행복의 가장 본질적인 요소라고 설명하네요. 쾌락과 기쁨은 일시적인 것인데 존재하지도 않는 영원한 행복을 좇다가는 재앙을 피할 수 없어요. 악마는 늘 우리를 고통이 없는 상태에서 욕망의 환상을 통해 끊임없이 진정한 행복에서 벗어나도록 유인하고 있다는 거예요. 너무 넓은 범위 위에 세운 행복은 무너지기 쉽고, 재앙이 닥칠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거죠. 그러니 스스로 가진 것에 균형을 맞추어 요구 수준을 적정하게 낮추어야 커다란 불행을 피할 수 있다고 조언하네요.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에 몰두하거나 과거에 대한 그리움에 빠지는 대신 현재만이 유일하게 실재하는 것이며 유일하게 확실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해요. 인생의 후반기, 현명하게 나이가 들면 세상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음을 깨닫고 즐거움보다는 고통 없이 안정된 상태를 추구하므로 아주 사소한 일에서도 기쁨을 느끼고 현재를 즐길 수 있다는 거예요. 자기 자신이 어떤 인간인지를 깨닫는 단계, 그것이 인생의 최종 목표가 되겠네요.
이 책을 읽으면서 별도로 쇼펜하우어라는 인물에 대해 탐구하는 시간을 갖게 됐어요. 유명한 철학자라는 사실 외에도 신기한 점들이 많더라고요.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실존 철학을 이끈 19세기 서양 철학계의 상징적인 인물이지만 그의 성공은 말년에 이뤄졌다고 하네요.
서른한 살에 쓴 첫 저서인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1819)는 출간 당시에 큰 주목을 받지 못했는데, 26년이 지난 1844년 개정판으로 낸 <소품과 부록 Parerga und Paralipomena > 이 대중적인 사랑을 받으면서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도 뒤늦게 재조명되기 시작했대요. 그의 사상은 당대보다 후대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데, 니체, 비트겐슈타인, 아인슈타인, 프로이트, 융, 토마스 만, 헤세 등 수많은 작가와 철학가들이 추종하고 존경했다고 하네요. 그의 사진을 보면 미간에 팍 잡힌 주름과 양쪽으로 뻗은 머리칼 때문에 괴팍한 느낌이 강한데, 실제로도 평생 친구나 연인 없이 개를 벗 삼아 살았으며, 베를린 대학 강사 시절에는 초짜인 주제에 일부러 유명한 헤겔과 같은 시간대에 강의를 고집해 첫 강의가 곧 마지막 강의가 되었다는 일화가 전해지네요. 자신이 키우던 푸들 이름을 헤겔이라 붙였다가 나중에 아트만으로 바꿨다네요. 거침없는 독설의 소유자인데도 독특한 재치와 유머로 묘한 쾌감을 줬다고 하니 괴짜 천재가 아니었나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