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노토피아 - 엘리베이터 속의 아이
조영주 지음 / 요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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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노토피아》는 조영주 작가님의 장편소설이에요.

낯선 제목에 대해 고민할 틈 없이, 첫 장에 바로 설명이 나와 있어요.

크로노토피아란 시간의 변화에 따라 공간의 용도도 바뀔 수 있는 자유로운 시공간을 의미한다고, 예를 들어 같은 공간이지만 낮에는 교실로, 밤에는 커뮤니티 공간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하네요. 이 소설에서는 엘리베이터가 이세계로 갈 수 있는 장치예요. 이세계를 가는 방법은 간단해요. 아무도 없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2층-6층-2층-10층 순서대로 이동하는데 그 사이 아무도 타면 안 되고, 5층으로 가서 젊은 여성이 타면 1층을 누른 뒤 어떤 대화도 하면 안 돼요. 엘리베이터는 1층으로 가지 않고 10층으로 올라가는데 9층을 지나면 거의 성공한 거예요. 이세계에 도착하면 그 다음은 어떤 일이 생길지 아무도 알 수 없어요. 신기한 이세계행 엘리베이터보다 더 눈길을 끄는 건 아홉 살 소원이가 살고 있는 현실이에요.

소원이는 엘리베이터를 통해 이세계를 가게 되고, 과거 시간 속에서 모험을 하게 되는 이야기예요. 공교롭게도 주인공 소원이는 본인이 바라는 소원을 이루기 위해 이세계를 가고 있어요. 어린 소원이가 그토록 원하는 소원은 무엇일까요. 과연 크로노피아는 소원을 이뤄줄 수 있을까요. 하필이면 왜 아파트 붕괴였을까 싶었는데,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니 자연스럽게 그 붕괴라는 단어를 곱씹게 됐어요. 무너지고 깨어짐, 불안정한 소립자가 자발적으로 분열하여 다른 종의 소립자로 변화하는 일, 또는 불완전한 원자핵이 방사능을 방출하거나 자발적으로 핵분열을 일으키거나 하여 다른 종의 원자핵으로 변화하는 일. 아파트 붕괴에 대한 두려움에서 시작된 이세계로의 모험이 오히려 내면의 붕괴를 가져온 게 아닐까요. 무너지고 깨어진다 걸 부정적으로 바라보면 불행인데, 분열로 인해 새롭게 변화할 수 있다고 보면 행운이기도 해요. 소원이가 다시 만난 소설가 임례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니?" (276p) 라고 묻는 장면이 있어요. 소원이는 매번 그 질문을 받을 때마다 쉽사리 답하지 못했어요. 겨우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자 모두 들은 임례는 석양빛을 바라보면서 이렇게 말했어요. "내가 본래 살았던 세계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단다." (277p) 이 말이 굉장히 강렬한 느낌을 다가왔어요. 머릿속을 쿵! 소원과 구원, 우리가 진심으로 간절히 바라는 것들을 그냥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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