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아메리카역사 다이제스트 100》은 어려운 역사책이 아니에요.
제목 그대로, 라틴아메리카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100가지 사건들을 알기 쉽게 정리한 책이에요.
저자는 현직 고등학교 스페인어 교사이며 수업 시간에 라틴아메리카를 보다 쉽고 재미있게 전달할 수 있는 자료가 없어서 아쉬워하다가 본인이 직접 만들게 됐다고 해요. 학창 시절을 떠올려보니 세계사 수업에서 라틴아메리카의 역사나 문화에 관한 부분을 배운 기억이 거의 없더라고요. 유럽중심주의 세계사에 익숙해져서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듯, 라틴아메리카의 역사를 놓쳤던 것 같아요. 저자도 이 책을 집필하면서 "1492년 10월 12일"을 DIGEST 18 로 꼽았는데 서구인의 편견이 작용한 반영물일 수 있다고, 과감히 이 서구적인 시각에 편승했음을 고백하고 있어요. 한 권의 책에서 100가지 사건으로 라틴아메리카 역사 전반에 대한 통시적인 흐름을 보여주기 위한 선택인 거죠. 기본적으로 큰 틀을 이해해야 세부적인 접근이 가능하니까요.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첫째, 원시시대부터 1492년 콜롬버스의 신대륙 도착까지, 둘째 스페인의 식민 통치 시기까지, 셋째 스페인으로부터의 독립 후 현대 2008년 중반까지를 다루고 있어요. 여기에서 1492년 10월 12일 콜롬버스 대서양 횡단을 인류 역사에 큰 영향을 끼친 위대한 날로 여기는 이유는 콜롬버스가 중세의 지리적 기반을 무너뜨렸고, 신대륙을 유럽에 소개하여 세계를 바라보는 지평을 크게 넓힌 사건이기 때문이에요. 다만 콜롬버스의 신대륙 도착으로 스페인이 식민지 개척을 위한 근거지를 마련했다는 측면에서는 신대륙의 비극적 서막이 열렸다고 볼 수 있어요. 스페인의 정복자들은 신대륙의 원주민에게 온갖 만행을 저질렀는데 바르톨로메 데 라스카사스 신부가 쓴 <서인도 제도의 역사>에 끔찍한 참상이 기록되어 있어요. 스페인 정복자들의 신대륙 도착 이전과 이후 원주민의 인구변화를 보면 전체 인구에 대한 희생자의 비율이 90% 이상으로 학자들은 인류 역사상 최대의 인종 학살, 대량 몰살이라고 표현하고 있어요. 100년 사이에 인구가 10분의 1로 급격히 감소한 이유로는 전쟁과 충돌로 인한 집단 자살, 가혹한 노동이 있는데, 가장 큰 원인은 세균 충격이라고 불리는 유럽형 병원균의 전파였다고 해요. 라틴아메리카의 역사를 살펴보면서 반대로 식민 착취로 일군 서구 역사를 다시 보게 된 것 같아요. 야만의 역사, 그릇된 시각이 인류를 비극으로 내몬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네요. 제국주의가 비유럽 국가에 강제한 근대 역사학의 식민성은 또다른 폭력일 뿐이에요. 서구인의 침략으로 수난과 고통을 겪어왔던 라틴아메리카의 역사를 하나의 흐름으로 이해하고 나니, 한결 가까워진 것 같아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