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진실에 다가가기 - 우정과 상실 그리고 삶에 관한 이야기
후아 쉬 지음, 정미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1월
평점 :
《진실에 다가가기》는 후아 쉬의 책이에요.
저자는 미국에서 대만계 이민 2세대로 자라면서 겪은 일들을 담담하게 들려주고 있어요.
부모님은 가족들과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미국에서 온갖 모욕을 참아내며 일상의 안정을 갈망했기에 자녀의 진로에 많은 신경을 썼다고 해요. 그래서 부모님은 버클리대를 원했고, 후아 쉬는 거대한 조각의 피자, 주차장 안쪽에 자리 잡은 좌익 서점, 교내 안뜰에서 언론의 자유나 낙태 문제에 대해 부르짖는 괴짜 때문에 가고 싶었대요. "나는 미국 아이였고, 따분해했으며, 마음이 맞는 동조자들을 찾고 있었다." (55p)라고 말한 건 이전 세대와는 다르게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고, 세대 변화를 함께할 사람들만 찾으면 된다고 여겼기 때문이에요.
대학에서 만난 친구 켄은 정반대의 성격을 가졌지만 밤을 새워가며 열띤 토론을 나누면서 가까워졌다고 해요. "켄은 미국 문화에 나로선 상상할 수도 없는 권리감이 있었다. 자기가 쉽고 주류적인 이름인 켄 말고 히로시 야카사키 같은 이름을 가졌다면 아주 다른 삶을 살았을 거라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나는 주변부에 머무르며 큰 세계 안에서 작은 세계를 구상하는 내 삶에 별 문제가 없었다." (118p) 라고 말할 정도로 다르다고 느낀 거죠. 유일한 공통점은 '백인 남성'이 아니라는 것, 아시아계 미국인이라는 것. 버클리대는 당시에 학생의 40퍼센트가 아시아인이었는데 주로 일본이나 한국, 인도, 중국의 디아스포라로 정착한 가정에서 자란 중산층 학생들이었대요. 이들에게 버클리대 같은 공립대학은 좋은 발판 정도이지 목숨이 걸린 구명줄은 아니었다고, 왜냐하면 더 보편적인 위험은 따로 있었기 때문이에요. 켄은 세 명의 강도범에게 살해당했어요. 살해범 중 둘은 또래인 스물세 살과 열아홉 살이라는 걸 나중에 기사로 알게 됐대요. 자기들이 보니와 클라이드를 흉내 내느라 그랬다고, 그 사람은 죽었고 살려 달라고 애원했었다고, 경찰의 최초 심문 보고서에서 경찰이 '그 아시아계 청년'이라고 표현한 사람이 바로 켄이에요. 그렇게 잊혀진 켄...
"1998년 10월경에 너를 그리워했던 때가 그리워. 뒤를 조심하며 다니지 않던 때가 그립고, 밤에 저녁 먹으러 나가던 때가 그립고, 너희 집 발코니에서 담배를 피우던 때가 그리워." (278p)라고 저자는 자신의 마음을 적고 있어요. 아무리 이야기해도 그립다는 사실이 조금도 줄어들지 않지만 그럼에도 하는 이유는 진실된 이야기의 힘이 크기 때문일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