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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
캐런 조이 파울러 지음, 서창렬 옮김 / 시공사 / 2023년 11월
평점 :
제목만 봐서는 전혀 짐작 못했는데, 단 한 사람의 이름만으로 미국 역사를 떠올리게 되네요.
《부스》는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을 암살한 존 윌크스 부스의 가문을 다룬 소설이에요.
저자 캐런 조이 파울러는 왜 하필이면 링컨을 살해한 암살범 부스라는 인물을 선택했을까요. 미국 남북전쟁이 끝난 지 5일 후인 1865년 4월 14일 금요일 오후 10시경, 존 윌크스 부스 일당은 포드 극장에서 링컨을 저격했고, 링컨은 다음날 아침에 사망했다는 것이 역사적 사실로 남아 있어요. 우리나라 역사에 비유하자면 백범 김구 선생을 암살한 안두희에 관한 책을 쓴 것이라 좀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작가의 말을 보더라도, "나는 존 윌크스에 대한 책을 쓰고 싶지 않았다. 이 사람은 관심을 받고 싶은 욕망이 무척 컸고, 너무 많은 관심을 받은 사람이다. 나는 그에게 내 관심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그 사람이 아니었다면, 그가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면 나는 그의 가족에 관해서 쓰지 않았을 거라는 사실을 피할 도리가 없다. '존 윌크스를 중심에 두지 않고 어떻게 책을 쓸 것인가'하는 점에 대한 긴장은 내가 거의 모든 페이지마다 씨름했던 문제이다." (616-617p)라며 힘든 작업이었음을 고백하고 있어요. 작가는 이 소설에서 엄하지 않고 관대한 엄마였던 메리 앤 부스가 낳은 열 명의 자식 중 둘째인 로절리, 일곱째인 에드윈, 여덟째인 에이시아의 목소리로 평범한 부스 가문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명문 셰익스피어 배우 가문의 가족 이야기에 초점을 두고 있어서, 당시 19세기 미국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여기서 특이점은 존 부스의 아버지인 것 같아요. 유명한 셰익스피어 연극배우였던 주니어스 브루터스 부스는 미래의 아내가 될 그녀와 짧게 교제하면서 아흔세 통의 연애편지를 보냈는데, 바이런 경의 시와 모험에 대한 약속을 담아 거듭 청혼하는 내용이었다고 해요. 로맨스는 딱 거기까지, 영국을 떠나 미국 메릴랜드주에 도착하여 첫아이를 낳은 순간부터는 돌변했어요. 그는 매년 9개월 동안 혼자 순회공연을 다녔고, 농장에 남겨진 아내는 술에 취해 사는 시아버지와 함께 열 명의 자녀를 낳고 키우며 살아야 했어요. 아이들에게 아버지와 집은 어떤 의미였을까요. 로절리의 시점에서 상징적인 장면이 등장해요. 벚나무 위에 올라간 로절리는 커다란 뱀 한 마리를 발견하고 황급히 내려오느라 떨어질 뻔했는데, 엄마는 "그 뱀은 전혀 해롭지 않은 뱀이었을 거야." (53p)라고 말하는 거예요. 로절리는 숙맥이 아니에요. 오래되고 익숙하며 아주 좋아하고 잘 아는 곳에도, 심지어 집에도 위험이 나뭇잎 속의 뱀처럼 숨어 있다는 걸 간파한 거죠. 이 소설에서 유일하게 작가가 상상력을 동원하여 창작한 인물이 로절리인데 자료가 거의 없었대요. 어쩌면 그 덕분에 부스 가문을 생동감 있게 입체적으로 그려낸 게 아닌가 싶어요. 아버지는 편지에 항상 너희들을 많이 생각한다고, 가족 모두에게 사랑한다고 썼지만 돈을 보내지는 않았어요. 타고난 배우, 그래서 늘 많은 관객을 필요로 하는 아버지의 속내를 엄마가 정말 몰랐을까요. 암살 사건 이후 언론에서는 부스 집안이 독사의 소굴이라고, 이아고 같은 가족들이고 비밀이 가득한 집이라고 했어요. 존은 여전히 존이고 로절리는 여전히 로절리라는 걸 세상은 믿지 않아요.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요. 섣불리 답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소설은 이야기하고 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