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일 1새 방구석 탐조기 - 오늘은 괜찮은 날이라고 새가 말해주었습니다
방윤희 지음 / 생각정원 / 2023년 11월
평점 :
하루 중 가장 많이 보는 게 뭘까, 곰곰이 생각해봤어요.
봐야만 해서 보는 게 아니라 마음이 끌려 저절로 눈길이 가는 것들은 모두 사랑스러운 것 같아요.
《1일 1새 방구석 탐조기》는 새와 함께한 일상을 기록한 책이에요.
저자는 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라고 해요. 새를 연구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동네를 산책하다가 개천에 날아드는 새가 어떤 새인지 궁금해서 하나씩 찾아보다가 새를 좋아하게 되었대요. 어쩐지 사랑에 빠지는 과정과 닮아 보여요. 그냥 바라볼 순 있지만 계속 바라보게 되는 건 마음이 하는 일이겠죠. 몇 년 동안 새를 지켜본 이야기를 담아낸 《내가 새를 만나는 법》, 한국의 멸종위기 생물을 다룬 《사라지지 말아요》라는 책을 냈다고 하니, 진심으로 애정이 느껴져요.
이 책에서는 지난 일 년 동안 버드피딩과 탐조 활동을 하며 저자가 깨닫게 된 새들의 삶과 의미가 담겨 있어요. 우선 버드피딩이란 베란다나 정원에 모이통을 설치해 야생 조류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라고 해요. 저자는 자신의 집 창틀에 새들이 좋아하는 해바라기씨 등을 놓아두고 구형 핸드폰과 핀마이크를 설치한 뒤 오전과 오후, 정해진 시간을 촬영했고, 녹화된 영상을 보며 관찰일기를 남겼다고 하네요. 봄 여름 가을 겨울 시간 순으로 새들에 관한 기록이 글과 그림으로 정리되어 있어요. 그림만 모아놓아도 예쁜 새 그림책이 될 것 같아요. 새에 관심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창틀 먹이터에 찾아오는 참새, 박새, 쇠박새, 곤줄박이, 동고비, 까치, 어치, 직박구리, 맷비둘기, 물까치, 청딱따구리, 호랑지빠귀, 붉은배새매, 파랑새를 알게 되고, 저자가 이름을 붙인 동백이, 동선이, 동주, 동미라는 동고비의 사생활을 들여다보니 점점 친밀감이 생기네요. 한쪽 발을 다친 참새 흑발이가 보이지 않아 걱정했는데 예상외로 멀쩡하게 돌아와 해바라기씨를 먹는 모습에 눈물 날 정도로 기뻐하는 그 마음도 이해할 것 같아요.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어떤 새가 하루에 얼마나 오는지, 방문 횟수까지 적으면서 숫자울렁증까지 참아냈다니 대단해요. "2022년 12월 31일, 오늘의 방문 기록, 모든 새 총 2451번." (258p) 어떻게 매일 창틀에 날아오는 새들을 관찰할 수 있는지, 저자의 말마따나 창틀 스토킹을 하며 바쁘게 지낸 데에는 다 이유가 있어요. 2년 동안 키우던 반려견 비단이가 세상을 떠나고 난 뒤에 무척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창문틀에 해바라기씨를 놓아둔 것이 방구석 탐조기의 시작이라고 해요. QR 코드를 찍으면 저자가 촬영한 영상을 유튜브로 볼 수 있어요. 책 내용을 읽고 영상을 보니 더 신기하고 재미있어요. 저자는새들을 관찰하면서 새를 보는 시선이 달라졌고 차츰 그 시선이 자신을 향하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돌아보게 되었대요. 우리 삶에도 저자와 같은 '하루 잠시 새 볼 틈'이 필요한 것 같아요. 설레며 기다리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사랑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