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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교실에서 여학생과 남학생이 사는 법 ㅣ 슬기로운 학교생활
은이정 지음 / 생각학교 / 2023년 11월
평점 :
가끔 언론에서 보도되는 뉴스를 보면 '이게 맞나?' 싶을 정도로 어이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요.
남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제기된 게임 캐릭터의 이른바 '집게손가락 논란'은 음모론에 불과하다는 정황이 확인됐어요.
여기서 논란이 커진 건 게임 개발사 넥슨이 사실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이용자들의 비난에 휩쓸려 외주업체 쪽에 책임을 묻겠다면서 강경대응을 했기 때문이에요. 황당한 건 남초 커뮤니티에서 콘티를 그린 것이 여성 애니메이터라면서 남혐 페미란 공격을 했는데, 실제로는 40대 남성 애니메이터가 그렸다는 거예요. 더군다나 콘티에 집게 손 모양을 한 엔버를 그릴 때 화면에다 인사하는 엔버라는 설명까지 달아놓았고, 애초 손가락으로 반쪽 하트를 만드는 모습을 그린 것인데 남초 커뮤니티에서 제멋대로 오인했던 거예요. 도대체 왜 집게손가락 모양을 문제 삼는 건지 이해가 안 될 뿐더러 넥슨 측의 대응도 너무나 실망스럽네요. 가능하다면 남초 커뮤니티에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어요.
《사춘기 교실에서 여학생과 남학생이 사는 법》은 슬기로운 학교생활 시리즈 첫 번째 이야기예요.
이 책에서는 여덟 명의 동아리 친구들과 지도 선생님이 '남자, 남자다움'이라는 주제로 탐구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어요. 한빛청소년자람센터의 청소년 토론 동아리 '이야기 탐구반 (이하 이탐반)'과 지도 교사 '천원쌤'이 일 년 동안 활동한 내용을 문집으로 만드는다는 내용이에요. 이탐반의 중학생 여덟 명이 젠더, 특히 남자다움을 주제로 각자 이야기를 쓰고, 다 함께 논의하는 내용이라서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가상의 동아리 안에서 친구들끼리 젠더 이야기를 풀어가고 천원쌤의 부가적인 설명이 더해져서 사춘기 아이들의 민감한 문제들을 현명하게 풀어가네요. 젠더 문제로 시작하지만 그 안에는 불평등과 차별, 혐오 뒤에 놓인 것들을 심도 있게 추적하고 있어요. 자신의 성정체성과 성향을 알아가고, 나와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 생각의 폭을 넓혀가는 과정이 유익하네요. 사춘기 아이들이 교실 안에서 서로 동등하게 성평등의 주체로서 나답게 건강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네요. 올바른 성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됐네요.
#강한 남자 뒤에 숨은 폭력
: 우리 반 일진 길들이기 - 말랑몬스터
우리 반에는 일진이 한 명 있다. 이름은 승주, 성별은 남자, 성적은 반에서 일등, 외모도 반에서 일등, 태어난 집의 경제력도 일등이다.
게다가 엄마는 변호사, 아빠는 의사다. 모든 게 완벽한데 왜 일진이 되었는지는 의문이다. 어쩌면 아기였을 때부터 최고라는 소리만 듣고 자라 우월감에 빠졌을지도 모른다.
... "승주한테 학생인권조례를 보여주는 건 어때?"
내가 제안을 올리자, 시아가 "학생인권? 먹힐까?"라고 응답했다. "먹히게 해야지"하며 내가 한 걸음 더 나서자, 영민이 "어떻게?"하고 물었다.
→ 말랑몬스터
: '해로운 남성성'의 대표적인 사례를 생각하다 일진 이야기를 썼습니다. 그런데 '해로운 남성성'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짐작되나요?
올해 초 책에서 이 말을 봤는데 처음에는 무척 충격받았습니다. '남자가 해롭다고? 그럼 나도 남자니까 해로운 존재라는 거잖아?'
용어의 의미를 몰라 이렇게 받아들였거든요. 하지만 내용을 확인해보니 모든 남자가 해롭다는 뜻이 아니었습니다. 남성의 폭력성을 이르는 말이었습니다. 해로운 남성성에 빠진 남자들은 '강한 남자' 이미지에 갇혀 여성의 지위를 낮게 인식하고 여성을 통제하려 듭니다. 통제 수단으로 신체적, 정신적 폭력을 행사하고요. 남자는 지배하고 여자는 복종한다는 잘못된 가부장적 성별 규범이 내면화되었기 때문인데, 이런 남자들은 여자만 해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도 해칩니다. 다른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해 결국 혼자가 고립되고 마니까요.
(75-77p)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