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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마시는 보이차 - 북촌 다실 월하보이의 차생활 이야기
주은재 지음 / 시공사 / 2023년 10월
평점 :
우리에겐 차를 마시는 시간이 필요해요.
바쁘게 돌아가는 하루 중 가장 여유로운 시간은 언제일까요. 말없이 생각 중이라면 여유가 없다는 뜻일 거예요.
요즘 차생활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어느새 마음 속에 자리잡은 조급함 때문이에요. 뭘 해도 급해지는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나 싶었는데 의외로 간단한 방법을 찾게 된 거죠. 따스한 차 한 잔이 주는 편안함을 알게 됐거든요.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마음에 쏙 들었어요.
《시간을 마시는 보이차》는 북촌 다실 월하보이의 차생활 이야기를 담은 책이에요.
저자는 월하보이 대표라고 하네요. 월하보이는 고즈넉한 북촌에 자리잡은 보이차 전문점의 상호명이에요. 제목만 보고 영어 boy 를 떠올렸는데, 보이차의 보이였다니 피식 웃음이 났어요. 월하, 달빛이 내리비치는 아래에서 보이차를 마신다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네요. 할아버지가 만들어 손주가 마시는 차로 알려진 보이차는 적게는 10년, 길게는 50년 이상의 세월이 켜켜이 쌓여 완성된다고 해요. 월하보이에서는 차를 접한 적 없는 이에겐 자신에게 맞는 차를 찾아가는 여행의 안내자 역할을, 차생활이 익숙한 이에겐 좋은 차와 도구를 추천하는 동반자 역할을 한다고 하네요. 월하보이에 들어서면 정면에 축대가 보이는데 정독도서관이 있기 전 지금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으로 이전한 구 경기고등학교의 120여 년 된 축대를 3주간의 복원 공사 끝에 그대로 살린 것이라고 하네요. 옛것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신구의 조화를 추구하는 저자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공간이라니, 정다운 사람들과 그곳에서 차를 마시고 싶네요. 왠지 그곳에선 특별한 시간이 흐를 것 같아요.
이 책은 아직 월하보이를 잘 모르는 이들을 위한 초대장이자 맛있고 멋있는 차생활로 이끄는 안내서인 것 같아요.
월하보이 손님들이 저자에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제일 좋아하는 차가 뭐냐는 건데, 그럴 때는 "사계절 보이차를 즐겨 마십니다"라고 답한대요. 여러 상황에 따라 다르게 마시지만 그 중에서도 으뜸은 보이차라는 거예요. 하루를 시작할 때는 보이생차, 자기 전이나 소화가 안 될 때는 보이숙차, 보이차의 종류는 달라도 일상에서 늘 함께하는 차는 보이차이고, 기분 전환을 위한 차로 6대 다류인 녹차, 백차, 황차, 청차, 홍차, 흑차를 골라 마신다고 하네요. 보이차는 구매 후 바로 마실 수 있는 차와 묵혀두어 후발효를 시켜 마시는 차로 나눌 수 있대요. 보이차는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가 오른다고 해서 티테크를 대표하는 차가 되었대요. 이렇게 티테크를 하고자 보이차를 구매하는 사람이 많아졌지만 어떻게 보관하는지에 따라 성패가 갈리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아요. 그래서 구매한 차를 2~3년 안에 즐겁게 마실지 아니면 5년, 10년 이상 묵혀둘지 결정해야 하는데, 중요한 건 수집이 아니라 즐기는 것임을 잊으면 안 될 것 같아요. 자신의 기호에 맞게 하나하나 맛보고 배워가는 과정을 즐기는 마음가짐이 우선인 것 같아요.
차를 고르고, 찻물을 끓이며, 다구를 꺼내어 찻자리를 차려 다실을 여는 일련의 과정들을 차분하면서도 다정하게 풀어내고 있는 이 책을 읽고나니 차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네요. 온전히 자기 자신을 마주하고 느끼며 차를 알아가는 시간이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