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려치는 안녕
전우진 지음 / 북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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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진짜 초능력이 존재할까요. 궁금하지만 진실은 알 수 없고, 굳이 부정하고 싶진 않은 건 1%의 가능성을 남겨두고 싶어서예요.  확실한 건 초능력에 해당되는 그 어떤 능력도 내겐 없다는 거고, 그 때문에 상상할 수 있는 초능력자들의 이야기를 좋아하게 됐다는 거예요.  내가 살아온 현실에선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일들도 이야기 속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 신선한 재미를 주는 것 같아요.

《후려치는 안녕》은 전우진 작가님의 장편소설이자, 별난 초능력자를 다룬 전작 《관통하는 마음》을 잇는 두 번째 이야기예요.  이 소설의 주인공 병삼은 작은 개척교회의 버스 운전사인데 우연한 계기로 본인의 숨은 능력이 드러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예요. 병삼이 지닌 능력은 아주 오래 전 일곱 살 무렵에 저수지에 빠진 여자아이를 구해주면서 생겼고, 그 능력 때문에 평생 잊을 수 없는 사건을 겪게 돼요. 그 뒤로 병삼의 인생에서 초능력은 있으나마나, 사는 데 별 쓸모 없는 것으로 치부됐던 것 같아요. 하긴, 초능력이 좀 별나긴 해요. 병삼에게 뺨을 세게 맞은 사람은 누구라도 자신의 속마음을 술술 털어놓게 돼요. 그야말로 병삼의 따귀는 정신 차리게 후려치는 신의 손을 대리한다고 볼 수 있어요. 따귀를 맞은 당사자는 화를 내기는커녕 진심으로 본인의 잘못을 뉘우치며 사죄의 고백을 하게 되는 거예요. 여기서 잠시 딴길로 빠지게 되는 건 뺨을 때리는 행위를 어디선가 봤다는 기억 때문이고, 그건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던 사이비 교회의 목사가 신자들에게 행했던 종교 의식이었다는 거예요. 죄를 씻는다는 명목으로 신도들을 때렸고, 신도들에게 서로의 뺨을 때리게 했던 그 목사는 사기꾼이자 범죄자였어요. 반면 병삼은 그들과는 명백히 다른, 진짜 초능력자라는 것, 그리고 병삼 곁에 작은 개척교회 목사인 바울과 강남 대형교회 목사인 재일이 있다는 점이 흥미로운 변수인 것 같아요.

처음엔 몇몇 얼굴이 떠오르면서 병삼에게 따귀를 맞아야 할 명단이 생각났는데,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바울과 같은 심정이 되었어요. 머릿속과 마음속에 있던 수많은 걱정과 근심은 어디에서부터 왔는지, 부끄러운 삶이란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따귀를 맞을 때처럼 정신이 번쩍 드는 순간이 찾아오더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소설은 우리 모두에게 날리는 따귀였던 것 같아요. 상대를 무시하는 폭력적인 따귀가 아니라 답답한 가슴을 후련하게 뚫어주는 한 방이었어요. 냅다 후려치는 맛, 병삼의 활약 못지 않게 의외의 인물들의 등장으로 곳곳에 재미가 숨겨져 있어요. 심드렁하게 시작했으나 점점 몰입하게 되는 일상 판타지의 결정판을 봤네요. 아참, 능력을 지녔지만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그린 판타지 3부작의 진짜 마지막 이야기는 작가님의 집필 중이래요. 곧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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