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번 버스는 2번 지구로 향한다
김준녕 지음 / 고블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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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종말이 있고, 태양도 예외는 아닐 거예요.

약 46억 년 전에 태어난 태양은 별의 일생으로 보면 그 중간 지점에 와 있기 때문에 앞으로 약 50억 년 정도의 수명이 남아 있어요.

지금 우리에겐 태양의 죽음은 아주 까마득히 먼 미래의 일이라서 크게 와닿지 않지만 SF 소설이라면 어떨까요.

《0번 버스는 2번 지구로 향한다》 는 김준녕 작가님의 첫 SF 소설집이라고 하네요.

이 책에는 모두 열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어요. 시간적 배경은 미래지만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사건과 상황들은 그리 낯설지 않네요.

미래는 변화이며 예측할 수 없는 미지의 세계인데, SF 소설을 읽다보면 작가님이 그려낸 세계가 실감나서 어쩐지 미래를 엿본 느낌이 들어요.

어쩌면 정말 이러한 미래가 펼쳐질 수도 있겠구나... 사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굉장한 충격을 받았던 터라 완전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상했던 적이 있는데, 오히려 여기에선 그 정도 수준은 아니었어요. <팔이 닿지 못해 슬픈 짐승>에서 준과 민의 관계처럼 서로 다가갈 수 없는, 각자 고립된 세상이 올 것 같아 조금 슬펐어요. 죽을 줄 알면서도 자신의 방호복에 구멍을 내고 싶은 충동, 그건 살고 싶은 욕구만큼이나 강렬할 것 같아요. 과연 인간다운 게 뭘까요. <망자를 위한 땅은 없다>에서는 태양의 폭발, 태양의 죽음을 지켜보는 핍의 이야기인데, 100억 년을 준비한 쇼에 관심이 집중된 이유는 따로 있어요. 바로 땅 때문이에요. 태양계 여러 행성의 땅을 사놓은 이들에겐 본인의 땅이 살아남느냐 마느냐의 문제인 거예요. 부동산 불패 신화를 믿는 사람들의 유전자가 미래에도 이어진다면 여전히 우주선을 타고다니며 많이 바쁠 거예요. "공간은 산 사람의 것이다. 핍은 문득 블랙홀을 떠올렸다. 없는 공간이라. 그것도 사고 팔 수 있으려나." (74p) 문득 궁금해졌어요. 지금이나 먼 미래에도 결코 변하지 않는 건 무엇일까라는. 아마도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이 우리 삶을 결정짓는 요소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0번 버스는 2번 지구로 향한다>에서 주인공 '나'는 0번 버스를 탄 뒤에 "이 버스, 어디로 가는 거야?"라고 묻고 있는데, 마치 그 질문이 우리를 대신해서 말해준 느낌이었어요.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는, 지금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걸까요. 전혀 모르는 우주 어딘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같지만 그 상상은 익숙한 현실을 떠올리게 만드네요. 그 미래를 만드는 건 결국 우리 자신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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