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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의 밤 ㅣ 안 된다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청미래 / 2023년 10월
평점 :
4장의 사진이 나와 있어요.
묘사된 그대로, 그래서 뭔가 숨겨져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어요.
합성한 사진이 아니라면 그 사진은 사실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일 거예요.
역대급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을 만났어요. 이른바 '미치오 슈스케의 체험형 미스터리'라고 하네요.
단지 사진이 추가되었을 뿐인데, 그 사진이 남긴 여파가 엄청나네요. 가쿠레이 산과 묘진 폭포가 실재하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면서 공포감이 증폭되더라고요. 두 눈을 부릅뜨고 열심히 사진을 살펴봐도 안 보이던 것이 모든 사건의 결말을 알고나니 그제서야 보이는 것이 너무 소름끼쳤어요. 왜 못 봤을까요. 어째서 놓친 걸까요. 인지심리학에서 유명한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이 생각나네요. 인간은 자신이 보려 하는 것만 본다는 명제를 간단한 실험으로 명쾌하게 입증했는데, 역시나 사진들을 보고도 제대로 보지 못했네요. 그러니 속은 게 아니라 스스로를 속인 거라고 해야겠네요. 묘진 폭포에 얽힌 전설이 터무니없는 내용이라고 믿고 싶었기 때문에 계속 아닐 거라고, 다른 결말일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묘진 폭포에 산다는 신에게 소원을 빌면 신이 나타나 소원을 들어주는 대신 그 사람의 소중한 것을 받아간다는 거예요. 애초에 누가 왜 그런 저주 같은 이야기를 퍼뜨렸는지 모르겠지만 나쁜 의도를 숨겼다고 짐작할 순 있어요. 묘진 폭포에서 어떤 불미스러운 사건이 생기더라도 그건 전부 무서운 신과의 거래라고 말하면 되니까요.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바칠 정도로 간절한 소원이 뭘까요, 아니 반대로 가장 소중한 것이 정말 중요한 거라면 그걸 포기해도 괜찮은 걸까요. 묘진 폭포 앞에서는 함부로 소원을 빌면 안 된다, 왜냐하면 그 소원은 반드시 이루어질 테니까, 물론 대가를 치르고서. 그러니 가볍게 장난치듯 빌어서는 안 된다는 경고였을까요.
《폭포의 밤》은 전작 『절벽의 밤』 에 이은 "안 된다"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이라고 하네요. 참으로 교묘한 심리기법인 것 같아요. 뭐든 안 된다고 하면 더 하고 싶듯이, 묘진 폭포는 소원을 감춘 사람들의 깊은 내면 속으로 우리를 유인하고 있어요. 이 소설에서는 4가지 안 된다, 금기 사항이 나오는데, 첫째 묘진 폭포에서 소원을 빌어서는 안 된다, 둘째 머리 없는 남자를 구해서는 안 된다, 셋째 그 영상을 조사해서는 안 된다, 넷째 소원 비는 목소리를 연결해서는 안 된다, 라는 거예요. 저자는 왜 "안 된다"에 초점을 뒀을까요. 예상치 못했던 비극, 끔찍한 범죄의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 그 미묘한 감정의 끝을 확인하게 될 거에요.
"믿든지 말든지는 너한테 달렸지.ㅎㅎ" (25p) 실종된 여고생 히리카가 SNS 비밀계정에 남긴 마지막 글이에요. 사진은 굉장한 미끼였네요. 걸려들 수밖에 없는, 어쩐지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이야기였거든요. 믿지 않는다고 우기면서도 혹했으니까요.
"언제부터 잘못되었을까."
밤이 늦었지만 비가 그칠 낌새는 전혀 없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230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