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끌로이
박이강 지음 / 북다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삼자의 눈에는 얼마나 말이 안 되는 관계인지 똑똑히 보이는데

당사자는 추호도 의심하지 않을 때,

얼마나 답답한지 알아?"

(156p)


《안녕 끌로이》는 박이강 작가님의 장편소설이자 제10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최우수상 수상작이라고 하네요.

이 소설에는 네 명의 여성이 등장해요. 지유, 끌로이, 미지, 그리고 엄마... 이들 간의 관계가 어떻게 전개되는지 지켜보는 것이 독자의 몫이에요.

제삼자의 눈으로 보는 일, 그러나 쉽지 않은 일이었네요. 도미노는 일정한 간격으로 줄지어 세우는 정밀한 작업인데 살짝만 건드려도 순식간에 타다다다닥, 모든 걸 처음으로 만들어버려요. 지유 엄마는 지유의 삶을 도미노처럼 세우려고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한 사람의 인생이 어떻게 도미노와 같을 수 있겠어요. "첫 번째 도미노를 쓰러뜨리는 찰나는 짜릿하지. 하지만 도미노의 진정한 쾌감은 마지막 도미노까지 한순간에 무너져 버리는 그 정교한 연쇄반응을 보는 거야. 그걸 느껴 봐. 잘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단 한 개도 흐트러짐 없이 정확하게 세우는 게 핵심이야. 안 그러면 중간에 실패한 게임이 되거든. 어서. ... 명심해, 지유야, 처음과 끝은 연결되어 있어. 처음은 끝이고, 한 개는 전부나 마찬가지야." (74-75p)


지유는 룸메이트인 끌로이에게 절교 선언을 당하고, 끌로이의 부재를 괴로워하다가 엄마의 입원 소식을 듣고 도망치듯 뉴욕을 떠나왔어요. 모든 건 끌로이 때문이라고, 지유는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방황했고 우연히 타투 가게에서 미지를 처음 만났어요. 진심이 뭘까요. 사람과 사람 사이, 얼만큼 알아야 상대를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안다고 여기는 착각과 오해 때문에 관계는 틀어지고 어긋나는 게 아닐까 싶어요. 삼촌은 말할 수 없는 엄마를 대신해서, "엄마는 다 너를 위해서 그랬던 거야. 너 힘들게 하지 않으려고." (209p)라고 했지만 지유는 슬프고 무력한 기분이었고, 원망인지 분노인지 모를 감정으로 눈물을 흘렸어요. 엄마는 진심이라고 믿었을진 몰라도 딸에겐 끔찍한 불행을 안겨줬다는 걸 엄마는 영영 모를 거예요.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만나는 사람, 엄마와의 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지유는 유학 생활에서 잠시 자유를 누렸지만 그건 온전한 자유가 아니었던 거예요. 스스로 설 수 없다면 여전히 묶여 있는 상태인 거니까, 그래서 지유는 성숙한 관계를 맺지 못했던 거예요. 무너진 도미노 잔해처럼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완전히 쓰러뜨려야 다시 세울 수 있는 게 도미노라는 걸 깜박 잊고 있었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