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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 마땅한 사람들
피터 스완슨 지음, 이동윤 옮김 / 푸른숲 / 2023년 10월
평점 :
죽이고 싶은 것과 죽이는 건 하늘과 땅 만큼 다른 얘기죠.
살면서 꼴도 보기 싫은 사람들은 숱하게 만나봤지만 진짜 죽이고 싶을 정도로 최악의 인간은 없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겠네요.
오히려 현실에서 만난 적 없는 악인들에게 살의를 느꼈던 적은 있어요. 그 느낌이 너무 강렬해서 내심 놀랐어요. 내면에 숨겨진 어둠...
드라마나 영화에서 악당을 무찌르는 영웅들은 너무 비현실적이라 거리를 둘 수가 있는데, 유독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묘하게 몰입이 되는 것 같아요. 그 이유는 아직 찾지 못했지만 아마도 그게 소설이 지닌 매력이겠죠.
《살려 마땅한 사람들》은 피터 스완스의 장편소설이에요.
이 소설은 <죽여 마땅한 사람들>의 후속작인데, 전작을 읽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놀라웠던 것 같아요. 릴리 킨트너와 헨리 킴볼, 이들의 첫 만남을 꼭 확인해볼 예정이에요. 주인공 헨리 킴볼은 현재 사립탐정인데 그닥 잘 나가는 상황은 아니에요. 어느 날 킴볼의 사무실에 조앤이 찾아왔는데, 그녀는 킴볼이 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재직하던 시절에 가르쳤던 학생이에요. 12년만에 마주한 선생님과 제자 사이인데 반가움보다는 긴장감이 감도는 건 왜일까요. 암튼 조앤이 찾아온 이유는 자신의 남편 리처드가 바람을 피우는 것 같으니 증거를 잡아달라는 거예요. 돈 때문에 순순히 사건 의뢰를 받았지만 킴볼은 뭔가 불길한 느낌이 드는데... 음, 역시 사람의 직감은 무시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초반에 킴볼이 제자였던 조앤에게 느낀 불편한 기류가 세월 탓은 아니었음을 차차 깨닫게 되는데, 이건 알면서도 속을 수밖에 없는 전개라서 완전 사기 같아요.
현재 시점에서 킴볼이 조앤의 남편 리처드를 미행하는 상황이 과거 열다섯 살의 조앤의 모습이 교차로 진행되면서 심리적으로 요동치는 부분이 있었어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모두 진실은 아니라는 것, 점점 그 불확실함 때문에 심장이 쪼여들었네요. 선과 악의 기준은 무엇이며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요. 정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가 살려 마땅한 사람인지 아닌지는 알 것 같아요. 비록 너무 늦게 깨달았지만 말이에요. 놀랍게도 릴리는 겉보기엔 그럴 듯하지만 속은 완전히 썩은 사과를 가려내는 능력을 지녔네요. 서늘하면서도 짜릿한 결말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