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배 페스카마
정성문 지음 / 예미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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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반복된다고 하던가. IMF와 글로벌 금융위기도 무사히 넘겼지만,

코로나를 피하지 못한 아버지는 내가 초복도 중복도 피했는데

여름을 얼마 남기지 않고 그만 말복을 넘기지 못했다며 신세 한탄을 늘어놓곤 했다. (10p)


우리에게 소설은 어떤 의미일까를 생각하게 됐어요. 한없이 작아졌다가 엄청나게 커지는 마법의 약 같아요.  개인의 고단한 일상에서 고질적인 사회 문제와 반복되는 역사까지 확장될 수 있으니 말이에요.

《욕망의 배 페스카마》는 정성문 작가님의 첫 소설집이에요.

이 책에는 모두 여덟 편의 단편이 실려 있어요. 익숙한 듯한 일상 같지만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사건들이 등장하면서 개인과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연작은 아니지만 각 작품들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그것은 마치 소설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로 다가왔어요. 소설 속 그들과 다르지 않은, 현재 우리가 처한 현실을 돌아보게 만드네요. 잠들어 있는 우리를 깨우는 자명종 같기도 해요.

소설집의 제목이 된 <페스카마>는 실화를 모티프로 하고 있어요. 1996년 8월 2일, 남태평양의 공해상에서 실제로 일어난 페스카마15호 선상 반란에서 영감을 얻은 작가님이 등장인물과 사건은 허구로 창작한 내용이라고 해요. 사건의 진위 여부보다 사건의 빌미가 된 원인에 집중하려고 했던 작가님의 의도가 드러나는 작품이에요. 27년 전 머나먼 태평양 한가운데 떠 있는 배, 그곳에서 벌어진 사건을 보면서 소름 돋았던 부분은 비극의 씨앗이 그때나 지금이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눈부신 경제 성장으로 선진국 대열에 든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이면에서 고질적인 병폐가 자리하고 있어요. 피 묻은 빵공장, 노동자가 끼임사고로 사망한 사건에 대해 그룹사 회장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정부는 안전보건 규제가 기업경영을 어렵게 한다면서 기업을 걱정하고 있네요. 기업의 이윤이 노동자의 목숨보다 소중한 나라, 이것이 우리의 노동현실이네요. 매번 산업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안전관리시스템 체계와 생산관리방식과 같은 구조적 문제를 들먹이지만 노동 환경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어요. 어쩌다가 대한민국은 욕망의 배 페스카마호가 되었을까요. 위기 극복을 위한 대책이 약자들의 희생과 고통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지긋지긋한 이념 논쟁은 멈추고 민생을 살리기 위한 대책이 필요해요. 암초에 걸린 배가 좌초되지 않으려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요. 정성문 작가님의 이야기들이 경종을 울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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