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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골드러시
고호 지음 / 델피노 / 2023년 10월
평점 :
보일 듯 보이지 않는,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이러한 수식이 어울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제 느낌이 그러네요.
끝나지 않은 전쟁, 한반도는 아직 종전 선언을 하지 못했어요. 전쟁 이후 세대들에겐 남과 북의 단절이 당연한 듯 익숙하지만 한때는 평화통일이 중요한 과제로 여겨지던 시기가 있었어요. 곧 통일이 될 것 같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교류하던 때가 있었더랬죠. 이제는 소설 속 이야기가 된 것 같아요.
《평양골드러시》는 고호 작가님의 장편소설이에요.
젊은 세대들 가운데 남북 문제에 관심을 갖고 통일을 염원하는 이들이 몇이나 될까요. 정확한 내용이야 알 수 없지만 개인적인 문제보다 통일을 우선 순위에 두는 경우는 거의 없을 거예요. 근래에 북한 소식은 미사일 도발로 인한 경계경보 발령인 데다가 정부에서는 즉각 응징이다 뭐다 험악한 분위기라서 불안감만 커지고 있네요.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지 답답하네요. 평화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요. 암튼 이러한 현실은 잠시 덮어두고, 살짝 상상력을 더해서 북한 땅에 할머니의 금괴가 묻혀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이 소설은 주인공 인찬이 "가서 금괴 찾아오너라, 금괴." (14p)라는 할머니의 유언 때문에 평양 한복판에 제 발로 들어가는 이야기예요. 그야말로 금괴를 찾아 북한으로 떠나는 모험담이라고 할 수 있어요. 겨우 금괴 때문에 위험천만한 북한행을 결심한다는 게 허무맹랑할 수도 있지만 인찬과 여동생 인지의 경제 사정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에요. 대개 돈을 쫓는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돈에 미치면 눈을 뒤집고 덤벼드는 속성이 있으니까요. 불나방마냥 달려든 남매의 평양골드러시, 참으로 아슬아슬하고 짜릿한 대장정을 보여주네요. 워낙 북한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보니 소설 속 장면들이 신기하고 놀라운 것들이 많았네요. 그만큼 북한을 모르는 수준이 아니라 거의 관심이 없었다는 게 맞을 거예요. 깊은 관심을 두진 못했어도 한반도 평화를 위해 남북관계가 중요하다는 건 알고 있어요. 같은 민족이지만 분단국가로 살아가면서 서로 평화적인 관계를 맺기 위한 노력을 해왔는데 최근 그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된 것 같아 안타깝고 착잡하네요. 북한은 우리의 적이 아니라 함께 협력해야 할 대상인데, 왜 자꾸만 적대적 인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한반도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는 건지 답답하네요.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을 보면서 우리 이웃에 사는 사람들과 다를 게 없다는 친근감을 느꼈던 기억이 나네요. 교류할 기회가 많아진다면 분명 공존과 상생의 길이 열릴 텐데 지금은 꽉 막힌 상태가 됐네요. 비록 소설이지만 이들 남매를 통해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북한의 모습이 이 소설의 하이라이트가 아닌가 싶어요. 묘하게도 남매의 골드러시가 우리를 새로운 세계로 이끄는 것 같아요. 진짜 금괴만큼 소중한 것을 발견하기 위해서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