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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본질 - 현대 과학이 외면한 인간 본성과 도덕의 기원
로저 스크루턴 지음, 노정태 옮김 / 21세기북스 / 2023년 10월
평점 :
참으로 어려운 주제, 그러나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인 것 같아요.
인간이라면 인간의 본성과 도덕이 무엇인지를 인지하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현대 사회는 뭔가 어긋난 채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어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간을 제대로 이해하고, 우리의 도덕을 회복하는 것임을 로저 스크루턴은 이야기하고 있어요. 우리가 잠시 잊고 있던 진정한 인간의 본질인 인간성과 도덕성을 다시금 주목해야 할 시점이라는 점에서 대한민국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책인 것 같아요.
《인간의 본질》은 로저 스크루턴의 책이에요.
이 책은 2013년 프린스턴대학교에서 진행했던 로저 스크루턴의 특별 강연을 담고 있어요. 저자는 영국을 대표하는 위대한 지성으로 평가받는 철학자로서 젊은 시절 68혁명을 목격한 이후 평생 반지성주의에 반대하여 꾸준한 연구와 강연, 사회 참여를 이어 나갔으며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16년 기사작위를 받았고, 2020년 타계했다고 하네요.
인공지능 시대에 과학이 곧 진리인 듯 착각하게 된 것은 그 과학이 우리를 주체가 아닌 객체로 보면서 인간의 느낌과 감정을 잘못된 방식으로 해석한 결과인 거예요. 과학적 이론으로는 우리가 속한 부류인 인간이라는 생물을 정의할 수 있지만 인간의 본질을 다뤘다고 볼 수 없어요. 저자는 인간을 온전히 생물학적인 용어로만 규정할 수 없고, 상호인격적 관계의 그물망을 반드시 언급해야 한다고 설명하네요. 그러한 관계가 우리를 서로 묶어주며 인격적 존재로 이끌어 준다는 거예요. 상호인격적 반응을 드러내기 위해, '나'를 중심에 둔 사고의 유희를 즐기기 위해, 변화사는 세계 속에서 서로 책임 있는 주체로서 확립하기 위해서는 대단히 높은 수준의 복잡성이 요구되는데, 그런 복잡성은 특정한 자연종인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에게서만 관찰된다는 거죠. 인간 관계의 기반은 '나'에 대한 자기 인식에서 출발하여 '나-너 관계'를 통해 정체성을 확립하고 도덕적 삶의 토대를 갖추게 되는 거예요. 우리의 행동과 감정이 자아의 중심에 머무를 수 있는 건 미덕을 통해서인데, 반면 악덕은 행위와 감정이 탈중심화되어 나와 나의 과업이 더는 나의 중심에 있지 않고 본인이 느끼고 행동하는 바를 결정하는 위치가 아니라는 걸 의미한다고 해요. 악덕은 문자 그대로 자기 통제의 상실이고, 악한 사람이란 의무와 헌신이라는 측면에서 우리가 기댈 수 없는 사람인 거예요. 악한 사람은 우리 인간 세계에 생겨난 균열, 즉 인간성을 부정하고 인격을 말살하는 존재라서 강력한 처벌과 대책이 필요해요. 우리가 공유하는 인간의 본성과 사회적 환경에서 필요한 건 미덕이에요. 미덕은 우리의 동기를 동물에서 인격적 중심으로 이전해주고, 우리의 정념에 책임을 지게 해주기 때문이에요. 저자는 인간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통해 미덕과 좋은 습관이 본래의 자리인 인격적 삶의 중심으로 되돌릴 수 있음을 강조하네요. 인격을 연마하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인간답게 살고자 한다면 마땅히 해야 할 일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