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단어들의 지도 - 꼬리에 꼬리를 무는 어원의 지적 여정
데버라 워런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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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가 생명체처럼 진화한다?

이론적으로 그럴 수 있겠지라고 짐작하는 것과 실제로 그 과정을 목격하는 건 하늘과 땅 만큼이나 차이가 나네요.

재미있는 건 진화 속 돌연변이에 초점을 뒀다는 거예요. 뜬금없이 이상하게 바뀌는 경우들은 다 돌연변이 때문이라는 거죠.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수상한 단어들의 지도> (Strange to Say)인 거예요. 신기하게도 이상하면 이상할수록 묘하게 더 끌리더라고요. 만약 영어의 어원을 공부해보자고 했다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을 텐데, 저자는 어원 이야기를 의도나 목적 없이, 앞 못 보는 아메바처럼 이리저리 되는 대로 나아가보자고 이야기하니 궁금할 수밖에요. 이 책은 발 없는 말을 따라 정처 없이 떠나는 여정이에요. 아참, travel 이 '이동, 여행'이라는 뜻을 갖게 된 건 14세기경으로, 원래는 프랑스어 travail (일, 고생)과 똑같은 뜻이었고, 그 어원인 라틴어 tripalium 은 말뚝 세 개로 만든 '고문 기구'였대요. palus 가 '말뚝'인데 영어 단어 palisade (말뚝 울타리)과 beyond the pale (도를 넘은)이라는 표현도 거기에서 유래했대요. 그러니 여행이 고문까지는 아니더라도 집 울타리를 넘어 바깥 세상으로 나아가는 탐험 내지 모험으로 보면 될 것 같아요. '여행'이라는 단어로 시작해서 어디로 가는지 따라가다 보면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와 헤르메스, 구약의 판관기에 야엘과 가나안 장수 시스라, 셰익스피어 비극의 맥베스 등등 여기저기 예기치 못한 인물들과 이야기에 빠져들고 마네요. 당당하게 옆길로 빠져도 되는 어원 이야기라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책을 읽는 방법도 처음부터 쭉 읽는 게 아니라 어디든지 마음대로 내키는대로 펼쳐보면 돼요. 단어들의 끝없는 여정을 우리는 잠깐 구경하는 거라고, 그러니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면 되는 거예요. 아일랜드에서 기원한 유랑 민족이 있는데, 영국과 아일랜드에서는 그냥 'Travellers (유랑인)'이라는 이름으로 불렀대요. 이들은 대부분 영어를 쓰지만 아일랜드 유랑민 은어라고 하는 영어와 셸타어를 섞어 사용했대요. 여행자들은 냄비와 솥을 잘 고치고 다녀서 tinker (땜장이)라고도 불렀대요. Traveller 와 fellow-traveler 가 전혀 다르다는 걸 아시나요? fellow-traveler (동조자)는 공산당원은 아니지만 공산주의에 동조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래요. 유랑민과 프롤레타리아 계급 이야기는 mobile (쉽게 움직이는) 이야기로 넘어가는데, 휴대전화를 미국에선 cell 이라고 부르지만 영국에서는 mobile 이라고 부른대요. 참고로 미국 앨라배마주의 도시 모빌 Mobile 은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의 이름에서 따온 거래요. '아하, 이 단어에 이런 뜻이 있었구나!'라는 지적인 탐구뿐 아니라 '뭐지?'라는 생뚱맞은 발견이 주는 웃음이 있네요. 언어 덕후는 아니지만 이 책 덕분에 언어의 매력 속으로 한걸음 다가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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