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견디는 힘, 루쉰 인문학 - 어둠과 절망을 이기는 희망의 인문학 강의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18
이욱연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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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란 원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지상의 길과 같다. 원래 지상에는 길이 없었다.

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길이 되는 것이다."

- 루쉰, 「고향」, 『외침』 (96p)


《시대를 견디는 힘, 루쉰 인문학》은 인생명강 시리즈 열여덟 번째 책이에요.

저자인 이욱연 교수는 중국문화 전문가로서 루쉰과 그의 작품 세계를 소개하고 있어요.

우선 루쉰은 누구일까요. 중국 근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인데 중국에서는 작가 외에도 사상가, 혁명가로도 불리고 있어요. 그만큼 사상적으로도 근대 중국이라는 시대 변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이에요. 원래 루쉰은 일본에 유학하여 의사가 되고자 했으나 환등기 사건을 계기로 의학을 버리고 문학의 길을 걷게 돼요.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중국인의 병든 정신을 고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거예요. 여러 차례 정권이 바뀌고 정치 지도자가 바뀌어도 혼란이 거듭되는 이유는 사람들의 생각과 습관이 집단적으로 표현되는 문화가 바뀌지 않기 때문이니 문화와 사람의 변화가 진정한 개혁이라고 본 거예요. 루쉰은 작가이자 지식인으로서 다양한 글을 통해 중국의 현실을 비판하고 바꾸기 위한 노력을 했는데, 동시대에 우리나라도 일제강점기였기에 이육사나 김광균과 같은 지식인과 청년들이 루쉰의 글과 사상에 공감하며 영감과 힘을 얻었다고 해요. 해방 이후에도 독재로 이어진 어두운 시대여서 청년과 지식인은 루쉰의 글과 사상에서 어둠과 절망을 견디는 힘을 발견했으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거예요.

이 책은 루쉰의 글과 그의 글이 담긴 사상에서 우리 사회의 모습과 마음을 들여다보며 어떻게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갈지 이야기하고 있어요. 사람을 바로 세우기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은 나다움을 찾는 것이며, 루쉰이 말하는 나다움의 조건은 나만의 생각이 중요하다고 했어요. 자신만의 생각이 있어야 주체적인 생각을 바탕으로 행동하며 그럴 때 나다움이 생긴다고는 거예요. 이는 생각과 행동을 할 때 다른 사람을 중심으로 두지 말고 자기 생각과 판단을 따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해요. 무리 속에 살아야 하는 인간이 가장 공포를 느낄 때는 집단에서 배척당하는 일인데 그 공포 때문에 다수에 맞춰 자신의 생각과 목소리를 잃어버린다면 자신을 포기하는 것이므로 비극이라는 거예요. 루쉰이 말하는 나다움을 찾는 과정은 대표작 중 하나인 「광인일기」 (1918)에서 잘 나타나는데, 주인공은 미친 사람이 아니라 동네 사람들에게 미친 사람 취급을 당하고 있어요. 주인공처럼 무엇이 옳은지를 깊이 고민하고 질문하는 사람이 많아질 때, 나다움을 찾는 사람이 많을 때 사회가 건강하게 발전한다고 루쉰은 말하네요. 「아Q정전」에 나오는 주인공 아Q는 권력을 힘이라고 생각하는 대표적인 인물인데, 루쉰은 중국인의 고질적인 사고방식을 비판하기 위해 아Q라는 인물을 창조했다고 해요. 어진 마음과 균형의 의미를 생각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휘두르는 권한으로만 권력을 이해하는 권력자는 아Q 같은 권력자이며 사회를 병들게 하는 주된 요인이라고 볼 수 있어요. 세상이 어둡고 병들었다면 루쉰이 강조했듯이 사람이 바뀌어야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어요. 저자가 왜 지금, 우리에게 루쉰을 이야기하느냐, 그건 책 속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어요.



루쉰은 1921년에 「아Q정전」을 신문에 연재합니다. 그때 신문에 연재되던 소설을 보고, 당시 중국인들이 이렇게 쑥덕거렸다고 합니다.

"그 소설 읽어봤어? 꼭 내 얘기 같아. 나를 잘 아는 사람이 내 얘기 쓴 거 같아." 중국 사람들이 서로 자기 이야기를 쓴 거 같다고 말할 정도로 아Q가 중국인을 닮았던 겁니다. 그러니까 아Q의 정신승리법은 중국인의 사고방식의 특징과 중국 민족성을 상징합니다. ... 루쉰은 중국이 변하기 위해서는 아Q와 같은 사고방식을 버려야 한다고 중국인을 비판하기 위해서 아Q라는 인물을 창조했습니다. ... 동네 사람들에게 맞고 놀림을 당하고 패배하지만, 정신에서는 자신이 패배하지 않았다고 여기면서, 갖가지 방법으로 합리화하는 중국인의 사고방식을 고쳐야 중국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 패배에서 배우지 않으면 패배는 반복되고, 결국 더 큰 패배로 비극적 종말을 맞을 수 있습니다. 정신승리법의 대가 아Q의 삶이 우리에게 주는 삶의 메시지입니다. 우리 사회에 정신승리라는 말이 유행하는 건, 우리 사회에 그만큼 힘들고, 실패하고, 아파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말합니다. 정신승리라는 말이 유행하는 사회는 병든 사회에 가깝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정신승리라는 말조차 더 이상 필요 없는 건강한 사회가 되길 희망합니다. (79-8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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