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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아팠다 - 위인들의 질환은 세계를 어떻게 바꾸었나
이찬휘.허두영.강지희 지음 / 들녘 / 2023년 9월
평점 :
생로병사,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 일이에요.
그래서 이 책의 저자들은 이렇게 말하네요. 어디가 아픈지 알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고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아팠다》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들이 앓은 질환에 돋보기를 갖다 댄 책이에요.
책 표지에는 '위인들의 질환은 세계를 어떻게 바꾸었나'라고 적혀 있는데, 소개된 인물들을 보면 위인도 있지만 유명 연예인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요. 처음 등장하는 인물이 마이클 잭슨, 그 다음이 장국영이에요. 두 사람은 대중들에게 엄청난 사랑을 받았던 슈퍼스타라서 그들이 어떤 삶과 죽음을 맞이했는지는 익히 알려진 내용이지만 이 책에서는 그들이 앓은 질환과 고통의 시간에 초점을 두고 있어서 색다른 것 같아요. 만약 한 인물의 삶과 죽음을 다룬 내용이었다면 일반적인 위인전이 되었을 텐데, 이 책에서는 수많은 인물들의 다양한 질환과 삶 그리고 죽음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어서 신기하고 놀라운 세계토픽을 보는 느낌이에요. 요즘 유행하는,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잡학사전 같은 구성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아프냐, 나도 아프다."라는 드라마 명대사처럼 위인들이 어떤 질환으로 아팠고, 그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를 보면서 숙연해졌네요. 위대한 업적과 화려한 성공 뒤에는 남모를 고통과 어려움이 있었다는 사실, 새삼스럽지만 그 부분을 놓치고 있었던 거죠.
초인 사상의 창시자 프리드리히 니체가 말년에 정신착란을 보인 건 매독이 아니라 뇌종양 때문이라고 해요. 많은 니체 비평가들이 매독감염설을 주장한 배경에는 니체의 초인사상이 나치의 정신적 좌표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추정과 이를 폄하하려는 의도였다는 거예요. 니체를 돌보던 누이가 열렬한 히틀러 지지자였고, 오빠의 글을 짜깁기 해서 파시스트 입맛에 맞춰 책을 출간한 것이 대중들에겐 니체를 히틀러와 연결짓는 오해를 낳은 거래요. 어릴 때부터 지독한 근시였던 니체는 20대 후반에 읽기나 쓰기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하루 1시간일 정도로 시력이 나빠졌는데 오히려 눈병을 축복으로 여기며 철학적 사유를 발전시켰던 거죠. 흐릿한 눈으로 책을 읽고 쓰다보니 금세 머리가 어지럽고 아팠는데 그럴 때마다 산책하고 사유하여 위대한 철학을 완성한 거예요. 서구의 전통을 깨고 새로운 가치를 세웠기에 '망치를 든 철학자'라는 별명이 있는데, 실제로 극심한 어지럼증과 두통, 불면증이라는 '망치'에 맞서 싸웠다고 봐야겠네요. 전형적인 뇌종양의 증상에 시달려면서도 니체는 일찌감치 차라투스트라를 통해 이렇게 말했어요.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Whatever does not kill me makes me stronger.) (181p) 또한 니체가 제정신으로 본 마지막 날의 사건은 '토리노의 말'인데, 마부의 채찍질에도 꼼찍하지 않고 꿋꿋하게 우뚝 선 말을 보았고 나흘 동안 '디오니소스'나 '십자가에 못 박힌 자'라고 서명한 '망상의 편지'를 여기저기 보낸 뒤 정신병원에서 진행성 마비증으로 진단받았다고 하네요. 평생 육체적 고통을 겪었던 니체가 차라투스트라를 통해 "아모르 파티 (Amor Fati, 운명을 사랑하라.)"를 외쳤다는 것이 너무나도 강렬하게 와닿네요. 위대한 철학자는 고통과 불행에서 어떻게 해야 해방될 수 있는지,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어요. 니체는 "행복에 이르는 단 하나의 길이란 없다."라고 말했어요. 누구든지 스스로 행복할 수 있는 자신만의 방식을 내면에 지니고 있기 때문이에요. 아픔과 고통은 삶의 걸림돌이 아니라 삶을 제대로 인식하고, 더 나은 존재로 나아가게 만드는 것임을 배우는 시간이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