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은 신간 읽는 책방 할머니
임후남 지음 / 생각을담는집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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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을 보다가 문득 낯선 나를 발견할 때가 있어요.

보슬비에 슬며시 젖어가는 옷처럼 나도 모르게 새겨진 세월의 흔적을 보게 된 거죠.

나이듦이 싫다거나 슬프다는 감정보다는 일종의 책임감이 생기더라고요. 앞으로 남은 시간들은 오롯이 나의 선택과 마음가짐에 달린 문제라고요.

《내 꿈은 신간 읽는 책방 할머니》는 임후남 작가님의 산문집이에요.

저자는 2018년 도시 생활을 접고 경기도 용인 시골마을로 이주하여 시골책방 '생각을 담는 집'을 차렸다고 해요. 그때 책방지기로서 들려줬던 이야기가 마음에 남아 있었던 터라 이번 책이 참으로 반가웠네요. 여전히 책방에서는 북클럽, 독서모임과 에세이 수업 등 다양하고 즐거운 활동이 이어지고 있네요. 어쩐지 책방이 신비로운 공간처럼 느껴져요. 아무래도 동네에서 작은 책방이 사라진지 오래되다보니 너무 까마득한 추억의 장소가 되어버린 것 같아요. 우리 동네에도 이런 멋진 책방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내내 했네요. 실제로 책방 손님들이 책방을 해줘서 고맙다는 얘길 많이 한다고 하네요. 용인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시골동네를 굳이 찾아가야만 하는 책방이기에 우연히 들를 수는 없는, 진짜 마음이 있어야만 갈 수 있어요. 결국 마음이 중요한 것 같아요. 마음 가는 곳에 길이 있더라. 물론 마음대로 한 일이 늘 원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게 함정이긴 해요. 먹고사는 일의 슬픔이라고, 저자는 책방지기로서 겪은 이러저런 고충들을 털어놓고 있어요. 어딜가나 밉상, 갑질하는 사람들이 세상 물을 흐려놓는다니까요. 외로워도 슬퍼도 버텨내는 책방지기, 저자는 책방을 차리고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대요. 이유는 큰돈을 벌어서가 아니라 책방하는 즐거움이 크기 때문이라고, 그 즐거움은 책과 사람에서 나오는데 직접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는 거예요. 책과 사람을 좋아하는 저자의 마음이 책방을 더욱 아름답고 즐거운 공간으로 만드는 게 아닌가 싶어요. 중년 사내가 책방에서 소년이 되듯이, 우리 자신을 소년으로 만드는 그 설렘으로 오늘을 살아야겠어요. 신간을 읽는 책방 할머니로 늙어가기를 소망하는 저자를 응원하면서 감사한 마음도 전하고 싶어요. 멋지게 나이드는 것이 뭔지를 배웠네요.


"나는 책방을 차린 후 공공연히 말했다. 내 꿈은 신간 읽는 할머니라고.

지금도 내 꿈은 여전하다. 돋보기 쓰고 (지금도 돋보기는 쓰지만) 신간들을 검색하고,

그중 읽고 싶은 책들을 주문해 잔뜩 쌓아놓고,

그것들에 은근 중압감을 느끼며 읽다 책방에 손님이 오면 느리게 일어나 커피 한 잔을 내려주며

최근 읽은 책들을 이야기하는.

... 나이 들면 지금보다 할 수 없는 일이, 하고 싶어지지 않은 일이 많아질 것이다.

그러니 할 수 있는 때, 하고 싶을 때 해야지.

커피를 마시는데 책방에 햇살이 들어왔다. 그새 날이 갠 것이다.

늙어가는 일이야 혼자만의 일도 아니고 어쩔 수 없지만,

아직 나는 신간을 읽고 있는 때. 나는 커버 책을 다시 집어들었다." (66-6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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