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부신 날
김혜정 지음 / 델피노 / 2023년 9월
평점 :
품절


《눈이 부신 날》은 김혜정 작가님의 소설집이에요.

평소에 책을 펼치면 가장 먼저 보는 것이 작가님의 소개글이에요. 어떤 사람일까라는 궁금증도 있지만 앞으로 읽게 될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아름다운 제목의 소설을 쓴 저자는 열한 살 무렵에 일어난 교통사고로 척수 장애를 얻어 1급 지체 장애 판정을 받았으나 홈스쿨링으로 검정고시를 봐 초중고를 마쳤고 경희사이버대에서 일본학을 전공했대요. 몸이 불편한 덕분에 남들과 조금 다른 시선과 깊이로 세상을 볼 수 있게 되었대요.

이 책에는 모두 아홉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어요. <뿔>, <아티스트>, <옳고 편안하게>, <눈이 부신 날>은 우리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일상 속 특별한 순간을 포착한 이야기였다면, <바람이 지나가면>, <1%의 로봇>은 SF 요소를 지닌 인간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우주의 휴식>, <사랑한다는 말> 은 색다른 사랑 이야기였고, <내가 헤비메탈을 듣는 방법>은 멋진 '나'에 관한 이야기였어요. 각 이야기마다 주인공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어요. 남들과 다른 뭔가가 있거나 없다는 거예요. 신체적으로 드러나는 문제도 있고, 연인과 헤어진 뒤의 상실감과 아픔 같은 심리적 문제도 있지만 그 결말은 열려 있어요. 고난 속에서 버텨낼지, 아니면 포기할지는 각자의 몫이니까요.


"하늘은 왜 이렇게 나를 못살게 구는 걸까요.

도대체 나 따위가 뭐라고 나를 이토록 아프게 하는 건지......

완치 이후로 다니던 교회에서는 잊지 않고 감사하다는 기도를 드렸었는데,

그땐 정말 신을 원망하게 되더군요." (147p)

육체적인 고통, 그것은 우리의 정신을 갉아먹을 만큼 강력한 것 같아요. 아무도 그 고통을 대신할 수 없고 오직 본인만 겪어야 하는 시간들, 그건 지옥일 거예요. 장누리의 선택, 저 역시 그랬을 것 같아요. 1%의 삶, 어쩐지 우리의 미래일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드네요.


"우주는 그림들을 보며 그 안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습관처럼 되뇌었다. 그림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 그때였다.

공간이 휘말리듯 풍경이 오그라들었고 천우주는 미처 저항할 새도 없이

소용돌이치는 자신의 그림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196p)

천재 화가 천우주의 이야기처럼 간절하게 바라는 것이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가끔 엉뚱한 상상이 위로가 될 때가 있어요.


"덥지 않았냐고? 원래 여름은 더운 걸. 뜨거운 길을 걷는 건 잠시뿐이야.

여름도 잠시뿐이야." (239p)

세상에 태어난 것이 우리의 선택이 아니듯, 살다보면 어쩔 수 없이 견뎌야 할 것들이 많아요. 그러니 우리는 현명하게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야 해요. 힘들지만 인정할 건 빨리 인정해야 적응할 수 있으니까요. 솔직히 아픈 건 영 적응이 안 되지만 정신만이라도 단단하게 붙들어야 이겨낼 수 있어요.


"주위에서의 말과 행동에 너무 신경을 쓰면 정작 나를 잃게 돼.

주위에 신경을 적당히 끄고, 주어진 조건에서 

내 길을 조용히 걸어가는 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야.

나를 잃지 않도록. 내 앞에 주어진 길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심장의 리듬을 느끼면서, 그렇게." (253p)

수연의 말에서 저자의 마음을 느꼈어요. 우리 모두에게 전하는 응원의 말이었다고 생각해요. 힘차게, 나의 길을 가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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