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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고개를 돌려도
김정금 지음 / 델피노 / 2023년 9월
평점 :
사실과 진실은 다르다는 것을 우리는 종종 잊을 때가 많아요.
우리가 속지 말아야 할 건 눈에 보이는 사실들이 전부가 아니라는 거예요.
아파트 베란다에서 이불을 털다 창밖으로 추락하는 일이 있었어요. 단순 사고일까요, 아니면 범죄 사건일까요.
《조금만 고개를 돌려도》는 김정금 작가님의 장편소설이에요. 보험사기를 소재로 한 미스터리스릴러, 대단한 반전이 있네요.
주인공 김지섭은 보험조사원으로 고객 박연정의 추락 사고를 조사하게 되는데, 앞서 언급했던 아파트 베란다에서 추락한 사람이 바로 박연정이에요. 그녀는 다발성 골절로 수술을 받았고 하반신 마비 상태로 재활요양병원에 입원 중이었어요.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조사가 필요한 경우, 보험업법에 따라 공인된 손해사정 법인에 조사업무를 위탁하고 있어요. 보험사가 박연정의 사고 조사를 의뢰한 이유는 일반적이지 않은 가입내용 때문이었어요. 보통 다른 고객은 보험 만기가 80세, 100세인데, 만 21세의 박연정은 30세 만기였고, 보험에 가입한 지 3개월 만에 중대 사고가 일어나서 청구한 보험금이 3억이었던 거예요. 뭔가 께름칙했지만 김지섭 입장에서는 딱히 더 신경쓸 이유는 없었어요. 어차피 건당 받는 수임료가 월 소득인 일이라 시간 관리를 잘해야, 즉 한 건이라도 신속하게 처리해야 조금이라도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구조인 거죠. 그동안 김지섭은 양심과는 거리가 먼, 보험조사원이었어요. 고객에게 적당히 돈 봉투를 받고서 보험금을 받을 수 있게 해주는 경우가 몇 번 있었거든요. 근데 박연정을 만나 조사하면서 이상한 점들이 발견됐고, 자꾸 꼬리에 꼬리를 물듯이 단서가 나왔기 때문에 진행했던 거예요. 소설의 제목처럼 김지섭은 고개를 조금 돌렸을 뿐인데 끔찍한 진실을 향해 다가갈 수 있었던 거죠. 보험사기의 재구성, 그 안에 숨겨진 진실은 너무나 잔혹하고 섬뜩하다는 것을 주인공의 시점에서 서서히 밝혀내고 있어요. 단지 돈 때문에 사람이 이런 짓을 저지른다고? 결코 믿고 싶지 않지만 이미 우리 사회에는 보험사기 범죄가 독버섯처럼 퍼져 있어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소설은 그저 보여줄 뿐 현실을 바꾸는 건 우리의 몫이에요. 나쁜 인간들은 늘 가장 소외되고 힘 없는 이들을 타겟으로 고르는 것 같아요. 아무도 그들에게 관심을 두지 않을 테니까. 사회보장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범죄의 피해자가 되는 사건들이 끊이지 않는 건 무관심 때문이에요. 우리 주변의 어렵고 고통 받는 이웃에게 필요한 건 작은 관심이에요. 관심의 손길을 내미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실천하기 위한 마음은 쉽게 생기지 않는 것 같아요. 나 역시 사회적 약자가 되어 누군가의 간절한 도움을 원하게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는다면 마음가짐이 달라질 거예요. 이 작품은 굉장히 충격적인 방식으로 경종을 울렸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