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에게 말을 걸다
김교빈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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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힘들어하는 누군가에게 "괜찮아?"라는 말을 해요. 전혀 악의 없는 말이지만 때론 독이 될 때가 있어요.

괜찮지 않은 상황에서 괜찮냐고 묻는 건 너무 가혹한 일인 것 같아요. 말로는 위로의 마음을 전하기가 어려울 뿐더러 말 때문에 더 큰 상처를 받기도 하니까요. 스스로 겪어본 뒤에야 깨닫는 것들이 있네요. 괜찮냐고 묻고 싶을 때는 정말 괜찮아 보일 때 하면 돼요. 드러내지 못하는 아픔과 슬픔을 홀로 견뎌내고 있다면 이 책이 아주 조금은 힘이 될 것 같네요.

《명화에게 말을 걸다》는 김교빈님의 책이에요. 저자는 상실의 슬픔과 상처, 외로움을 독서와 글쓰기, 그림으로 승화시키며 자신을 단련시키는 연습을 했다고 해요. 그러다가 우연히 명화 작품집을 보다가 그림 속으로 들어가 말을 걸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꼈고, 화가들이 하나같이 고통을 짊어졌으나 자신들의 방식으로 풀어냈음을 깨달았다고 하네요. 슬픔의 마디마디를 겪으며 끊임없이 자신과 대화를 나누었다는 저자는 그 시간들이 천 번의 붓질과도 같았다고 표현하고 있어요. 시간은 흐르고 흘러, 상실의 고통을 겪은 지 9년이라는 시간은 저자가 삼킨 눈물로 채워졌고, 미움과 원망, 증오라는 인내의 터널을 무사히 통과해 용서와 감사라는 선물을 받았다고 고백하네요. 박완서 작가님의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라는 책에서 "슬픔과 아픔도 시간이 해결해준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모든 슬픔과 아픔이 먼지처럼 훨훨 날아가버리진 않지만, 어느 정도 채색되고 무뎌지고 조금 덜 아프게 하는 건 시간이라는 것의 마법인 것 같다. 망각은 신의 축복이라 말하는 것처럼 그 망각을 주는 시간은, 어쩌면 정말 우리가 아는 신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르겠다" (157p) 라는 문장을 소개하면서 자신도 그 망각이라는 신의 선물 덕분에 현재 이 순간을 행복하게 살아간다고 하네요.

이 책은 그림을 통해 삶과 교감하는 명화 에세이예요. 여기에 실린 명화들은 저자가 특히 애정을 지닌 작품들이며, 원본을 구하기 힘든 작품의 경우는 저자의 모작을 실었다고 하네요. 누구에게나 마음을 움직이는 그림이나 글이 있을 거예요. 저자가 들려주는 그림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신의 마음도 들여다볼 수 있어요. 인생의 선택지에서 어느 길을 가야할 지 막막하다면 잠시 멈춰서 명화에게 넌지시 말을 걸어보면 어떨까요. 다양한 예술 작품을 만나다 보면 끌림이 생길 거예요. 보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행복해지는 그림을 찾으면 돼요. 제가 끌렸던 그림은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레이스 뜨는 여인>이에요. 현재 이 순간, 열정적으로 몰입하는 그 힘이 강렬하게 전해졌네요. 그것이 바로 예술의 힘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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