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언덕 (양장) 앤의서재 여성작가 클래식 5
에밀리 브론테 지음, 이신 옮김 / 앤의서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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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도 참는 데는 신물이 나요. 되받지만 않는다면야 복수를 마다할 이유가 없지요.

하지만 배반과 폭력은 양끝에 달린 창이라 적보다 나를 더 깊이 찌르기 십상이거든요."

"배반이고 폭력이고 당한 대로 갚을 뿐!" (305p)



막장 드라마를 보는 줄 알았어요. 십대 시절 읽을 때는 몰랐던 감정들이 이제서야 적나라하게 보이는 걸 보면, 역시 고전은 세월이 갈수록 그 진가가 드러나는 것 같아요. 제가 읽은 책은 바로 에밀리 브론테의 대표작이자 유일한 소설인 《폭풍의 언덕》이에요.

소설 원제인 "워더링 하이츠 Wuthering Height"는 언쇼 가문 저택의 이름인데, '워더링'은 대기의 난동을 가리키는 이 지방 방언으로 폭풍이 휘몰아치는 날씨에 고스란히 노출된 이 집의 위치를 반영하고 있어요. 거센 바람이 부는 언덕 위의 집과 지독하게 얽혀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예요. 굳이 요약하자면 소설의 핵심 키워드는 복수라고 할 수 있어요. 앞서 막장 드라마를 언급한 것도 그런 이유였는데, 연관지어 생각하다 보니 드라마 OST 가사가 떠오르더라고요. "왜 너는 나를 만나서 왜 나를 아프게만 해 ♪ ... 니가 나를 상처 준 만큼 다시 돌려줄 거야... 용서 못해... 잔인한 인연은 사랑 같아, 길이 아닌데 가다가 멈출 수는 없어..." 노래 제목이 '용서 못해'인데 마지막 가사는 "사랑이 너무 아파"라는 것이 의미심장한 것 같아요. 사랑이 아니었다면 상처받을 일도 없었고 복수를 꿈꾸지도 않았을 거예요.

소설을 읽다보면 반복해서 등장하는 이름 때문에 헷갈릴 수 있어요. 작가는 왜 이런 설정을 했을까요. 인간 관계에서 생겨나는 수많은 감정들이 어떻게 얽히고 설키는지, 세대를 거듭하며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던 게 아닐까요. 캐서린의 딸 이름이 캐서린이고, 히스클리프의 아들 이름이 린턴 (엄마의 성을 이름으로 사용함)인데 등장인물들의 가계도를 보면 지독한 악연인 것 같아요. 여기서 가장 악랄하고 나쁜 인간은 누구인지, 만약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를 생각해보면 이보다 더 교훈적인 내용은 없을 것 같네요. 무엇보다도 결말이 이 모든 것들을 단숨에 정리하는 느낌이에요. 저마다 소감은 다르겠지만 워더링 하이츠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록우드의 시점이라면 공감할 것 같아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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