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유전학
임야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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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야, 이 이야기를 누가 믿겠니?"

"글을 잘 써서 믿게 하면 돼요. 독자들 눈에는 포악한 귀족 리센코와 홀로드나야에서 비참하게 죽어 나간 소년, 소녀들이 생생하게 보일 겁니다."

"아서라. 벌써 50년도 지난 이야기다."

"저는 본 걸 믿지만, 바보들은 믿는 걸 봐요."

(···)

"과학이 아니라 거의 미신 수준이네요."

사내는 노트 맨 위에 적어 놓은 '리센코 후작'이라는 글씨 옆에 '우생학자', '독재자','학살자'라고 적었다. ( 172-173p)



《악의 유전학》은 임야비 작가님의 장편소설이에요.

우와, 대단히 놀라운 이야기네요. 이오시프 비사리오노비치, 뭔가 마법 주문 같은 이 단어가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어요.

예전에 tv 프로그램 '서프라이즈'에서 '비밀의 방'이라는 제목으로 나왔던 일화가 생각나네요. 그때도 매우 충격적이었는데 이 소설을 읽고나니 역사적인 배경이 더해지면서 인물의 서사가 파노라마처럼 보였어요. 굳이 그 인물이 누구인지를 밝히지 않는 건 그만큼 유명하기 때문이에요. 20세기 세계사에서 쌍둥이 악마로 불리는 두 사람 중 한 명이 등장해서 깜짝 놀랐네요.

이 소설은 1913년 러시아 제국 변방에서 시작되는데 주요 무대는 시베리아에서도 소외된 투루한스크 변경주, 유쥐나야 마을이에요.

1858년 알렉산드르 2세는 젊은 후작 리센코와 함께 수은주도 얼려 버릴 정도로 혹한의 지역인 유쥐나야 마을을 찾아왔어요. 후작은 마을 사람들을 회관에 모아 놓고 자신이 그린 그림대로 수도원이 있는 언덕 아래로 동서를 가르는 큰 개울의 양쪽으로 쌍둥이가 마주보듯이 똑같은 마을을 건설해달라고 요청했어요. 일 년 안에 완공된다면 엄청난 액수의 돈을 주겠다고 약속했어요. 황제와 후작이 다녀간 지 정확히 일 년 후에 수도원과 개울을 가운데에 놓고 좌우가 똑같은 쌍둥이 마을이 완성되었고, 유쥐나야 사람들은 이 새 마을을 홀로드나야라고 불렀어요. 바로 그곳에서 벌어졌던 일들이 소설의 주된 내용인데 개구리 삶기 방식의 전개였어요. 개구리를 차가운 물에 넣고 서서히 온도를 높이면 나올 때를 놓쳐서 그 안에서 죽게 된다는 비유... 공교롭게도 얼음을 깨고 그 안에 들어가는 장면들이 나오는데, 극한의 상황에서 살아남기와 잔혹한 본성 깨우기를 목격한다는 게 쉽지 않았어요. 인간이 악마로 변하는 걸까요, 아니면 악마가 인간의 탈을 쓴 것일까요. 어찌됐든 인류 역사에서 비극적인 사건 뒤에는 사악한 인간들이 있었어요. 정말이지 그들이 우리와 같은 인간이었다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지만 인간의 본성에 잠재된 악을 경계하지 않는다면 비극은 반복될 수밖에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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