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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ㅣ 열림원 세계문학 3
다자이 오사무 지음, 이호철 옮김 / 열림원 / 2023년 7월
평점 :
열림원 세계문학 시리즈로 《인간 실격》을 읽었어요.
이미 여러 번 읽은 작품인데 읽을 때마다 다자이 오사무를 떠올리게 돼요. 그는 어떤 인간이라고 해야 할까요.
다자이 오사무의 본명은 쓰시마 슈지이며, 대지주 쓰시마 가문의 11남매 중 10번째, 6남으로 태어났다고 해요. 그는 자신의 집안이 고리대금업으로 부자가 된 신흥 졸부라는 사실에 평생 동안 죄의식과 부끄러움을 느꼈고, 약물중독으로 인한 입원, 동반 자살 시도를 했어요.
《인간 실격》을 발표한 1948년, 연인 야마자키 도미에와 함께 강에 투신해 서른아홉 나이에 생을 마감했어요. 패전을 전후해 일본 사회가 극도로 피폐한 시절에 병약한 몸으로 술병을 끼고 살았던 다자이 오사무는 평생 자신의 존재와 불화했는데 결국 다섯 번째 자살 시도가 마지막이 되었네요. 그는 세상을 떠나기 전, "태어나서 미안합니다."라는 말을 남겼다고 해요.
《인간 실격》은 서문, 첫 번째 수기, 두 번째 수기, 세 번째 수기, 후기로 구성되어 있어요.
첫 번째 수기에서 첫 문장은, "부끄러움 많은 삶을 살아왔습니다." (15p)으로 시작되네요. 부끄러운 사실을 인정한다는 건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에요. 부끄러움을 안다는 건 옳고 그름을 분간할 수 있다는 뜻이고, 부끄러움에 대해 반성을 통해 자아성찰의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지극히 인간다운 모습이라고 할 수 있어요. 유독 '부끄러움'이라는 단어가 가슴에 콕 박히네요. 소설 속 주인공 요조는 본래의 자신을 숨기고 가면을 쓴 채 방탕한 생활을 이어가다가 술과 여자에 빠져 병을 얻고 약물 중독이 되어 정신병원에 끌려가는 신세가 돼요. 다자이 오사무는 자기 자신을 요조라는 인물에 투영하고 있어요. 소설에서 마담은 요조를 좋은 사람이었다고 회상하지만 현실에서 작가는 부끄러움을 끌어 안은 채 멀리 가버렸어요. 누구든지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고, 부끄러움조차 느끼지 못한다면 짐승과 다를 바 없어요. 근데 요즘 부끄러움과 담을 쌓은 자들이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네요. 모든 부끄러움은 진정 부끄러워해야 할 이들의 몫이 되어야 해요. 염치가 없고 뻔뻔스러운 사람들의 얼굴을 쇠로 만든 낯가죽이라고 해서 철면피라고 부르는데, 어째서 그런 철면피들이 더 큰소리 치는 세상이 되었는지 한탄스럽네요. 다자이 오사무는 《인간 실격》이라는 요조의 고백으로
자신의 마지막 말을 남기고 떠났네요. 자살은 결단코 막아야 할 일이지만 시대의 양심이자 부끄러움을 알았던 인간이기에 그의 참회는 깊은 여운을 남겼네요.
"불안이나 공포로써 사람을 위협하는 연놈들은
저들 자신들이 만들어낸 허황된 죄에 억눌려서
죽은 자들의 복수에 대비하자며
자신의 머리로 갖가지 계책이나 꾸미려 들지
(···)
정의가 인생의 지침이라고?
그렇다면 온통 피로 얼룩져 있는 싸움터에
암살하려 드는 그런 칼끝에
무슨 놈의 정의가 깃들겠나?"
(118-119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