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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ㅣ 열림원 세계문학 2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23년 7월
평점 :
책 제목이 "잿더미와 백만장자들 사이에서"였다면 어땠을까요.
딱히 끌리지 않네요. 당연히 그 책을 펼칠 일도 없었겠죠. "트리말키오" 또는 "웨스트에그의 트리말키오"라는 제목도 마찬가지예요.
놀랍게도 작가가 염두에 둔 제목들이래요. 다행히 편집자가 내켜하지 않았고 시간에 쫓기다가 마침내 결정한 제목이 "위대한 개츠비"라고 하네요.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읽어보지 않은 사람들도 제목 정도는 알고 있을 거예요. 일부 방송에서 화려한 파티를 즐기며 돈으로 플렉스하는 사람을 개츠비에 비유하던 때가 있었는데 그건 아마도 영화에서 보여준 디카프리오의 이미지 때문일 거예요. 하지만 원작을 읽는다면 '위대한'이라는 수식어가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질 것 같네요. 무엇보다도 개츠비는 프랜시스 스콧 피츠네럴드의 삶을 모르고서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어요. 피츠제럴드는 편집자인 맥스웰 퍼킨스에게 원고와 함께 보낸 편지에서 이 소설이 '하나의 예술적 성취'가 될 거라고 호언장담했지만 기대한 만큼 팔리지 않고 좋은 평가도 받지 못하다가 사후에 수십만 부씩 팔리면서 문학사에 길이 남을 걸작으로 평가되며 청소년 필독서가 되었다는 게 대단한 교훈처럼 느껴져요. 생전에 그는 이 작품을 집필하던 시기가 자신의 인생에서 예술적 양심을 순수하게 간직하던 때였다고 이야기했대요. 작가로서 자부심을 가졌던 작품이 뒤늦게나마 사랑받고 있으니, 그야말로 위대한 개츠비가 완성되었다고 봐야겠네요.
그러나 이 소설을 읽고나니 되묻을 수밖에 없네요. 정말 개츠비는 위대한가?
열림원 세계문학 시리즈로 만난 《위대한 개츠비》는 새로운 느낌이었어요. 아무래도 번역이 다르기 때문이겠지요. 이전에 읽었다고는 해도 번역에 따라 읽는 맛이 달라지니까요. 이번 책은 옮긴이가 10년만에 다시 작업을 한 개정판이라고 하네요. 그의 말을 빌리자면 속물에 대한 작가의 냉소가 느껴져서 'great'를 '대단한'으로 읽되, '그놈 참 대단한 녀석이야' 할 때의 뉘앙스를 담아 번역하고 싶었대요. 채울 수 없는 욕망을 좇는 인간이란... 그나마 사랑이라고 포장하고 싶지만 헛되고 부질없네요. 무엇이 진짜인지, 그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어리석음을 탓하기엔 안타까움이 더 큰 것 같아요. 우리는 그저 '파티가 끝난 줄도 모르고 찾아온 마지막 손님' (299p)과 다를 바 없어요. 개츠비의 화려한 파티는 끝났지만 현실에선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