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열림원 세계문학 1
헤르만 헤세 지음, 김연신 옮김 / 열림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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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를 놀라게 했잖아.

'넌 쉽게 놀란다.' 그러니까 네가 두려움을 느끼는 일과 사람들이 있다는 거겠지.

그건 어디서 오는 걸까? 사람은 아무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데.

만일 누군가가 무섭다면 그건 그자에게 자신에 대한 권력을 허용한 데서 오는 거지.

가령 네가 뭔가 나쁜 짓을 했고 다른 이가 그것을 알고 있다고 치자.

그러면 그는 너에 대해 권력을 갖게 되는 거지. 무슨 말인지 알겠어?

그건 명료해, 안 그래? " (64p)


열림원 세계문학 시리즈로 《데미안》을 만나게 되었어요.

데미안을 처음 읽었던 때는 십대 시절이었고, 싱클레어의 시점에서 모든 걸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성인이 된 이후로 몇 번 더 읽게 되었고, 그때마다 전혀 다른 느낌이라 신기했어요. 아마 바뀐 건 나 자신이겠지요.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는 싱클레어가 들려준 것들이에요. 열 살 소년이 처음 두려움을 느낀 대상은 프란츠 크로머였고, 그로 인해 안락한 세계에서 사악하고 못된 두 번째 세계를 알게 되었어요. 크로머에게 끌려다니던 싱클레어는 데미안 덕분에 풀려났지만 도리어 데미안을 두려워하게 되었고, 그와의 거리를 두었다가 다시 가까워지게 돼요. 데미안은 왜 싱클레어에게 금기된 세계를 보여주었을까요. 내면의 균열을 감지했기 때문일 거예요.



"... 넌 아직 정말로 뭐가 '허락되고', '금지된' 건지 이해할 수 있는 경지에는 이르지 못했어.

이제 겨우 진실의 일부를 알아챈 참이야. 다른 게 더 따르지. 기대해봐!

... '금지되었다'라는 건 영원한 게 아니라 바뀔 수 있다는 말이야.

... 우리는 무엇이 허락되고 무엇이 자신에게 금지되어 있는지, 각자 스스로 알아내야만 해.

사람은 단 한 번도 금지된 일을 하지 않고도 엄청난 악당일 수 있어. 마찬가지로 그 반대일 수도 있고.  따지고 보면 그건 오로지 편함의 문제야!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자기의 재판관이 되기에 너무 안일한 자는 금지된 거라면

그게 어쨌던 바로 그걸 받아들이지. 그게 그에겐 편한 거야. 

다른 이들은 스스로 자기 맘속에서 계명을 느껴.

이들에겐 모든 신사들이 매일 하는 것이 금지된 일이야. 

이들에겐 보통 땐 터부시되는 다른 일들이 허락되지.

누구나 알아서 홀로 서야 해." (103-104p)


아이는 어떻게 어른이 되는지, 우리는 자신의 내면을 통해 그 답을 찾을 수 있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기가 쉽지 않아요. 그럴 때 데미안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어요. 반드시 데미안을 읽어야만 하는 이유는 없지만 한 번이라도 읽게 된다면 스스로 알게 될 거예요. 데미안을 아예 모른 채 사는 건 어렵지 않지만 일단 알고나면 잊은 채 살기는 힘들다는 걸, 왜냐하면 데미안을 알기 전과 그 후의 '나'는 다른 사람일 테니까요.

싱클레어는 줄곧 데미안을 밀어내면서 방황하다가 결국 데미안을 통해 깨닫게 되는데, 그때 "운명과 마음은 하나의 개념에 대한 두 이름이다." (135p)라는 문장의 의미를 이해하게 돼요. 그는 비로소 마음속의 목소리를 듣게 된 거예요. 여전히 길을 찾아 헤매고 있지만 자기 안에서 우러나오는 그대로 살아갈 용기를 얻은 거죠. 내면의 폭풍우 속을 헤쳐나가는 건 오직 본인만이 할 수 있어요.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일이에요. 그럼에도 힘들고 괴로울 때는 붙잡아 줄 친구가 필요한 법이죠. 막스 데미안과 에바 부인은 깨어난 자들의 친구예요. 다행스러운 건 우리를 위해 그들은 언제나 묵묵히 기다려줄 수 있다는 것, 힘들고 괴로울 때마다 그들을 찾아갈 수 있다는 거예요. "에밀 싱클레어의 젊은 날에 관한 이야기"라는 부제가 말해주듯이 젊은 날을 살아가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데미안은 든든한 친구가 되어주고 있네요. 전쟁 속에 탄생한 작품인데, 여전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전쟁이 끊이질 않네요. 데미안은 "우리의 세계가 정말로 썩었다는 걸 우린 알고 있어." (246p)라고 싱클레어에게 말했는데, 여기에 반박할 수 없는 현실이라서 슬프네요. 매번 데미안을 만날 때마다 새로운 번역이었는데, 이번에는 뭔가 더 내용에 집중할 수 있었네요.



"우리는 자신의 꿈을 찾아내야만 해요. 그러고 나면 길은 쉬워지죠. 

하지만 영속적인 꿈은 없어요.

이전의 꿈은 모두 새로운 꿈으로 교체되죠. 

어떤 꿈도 꽉 잡고 있으려 해서는 안 됩니다."

...

"싱클레어, 그댄 아이네요! 그대의 운명은 그대를 사랑해요.

그대가 충실하게 산다면 그 운명은 언젠가 완전히 그대에게 속하게 될 거예요.

바로 그대가 꿈꾸듯이 말이죠." (226-22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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