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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의 사과
최인 지음 / 글여울 / 2023년 8월
평점 :
"내레 성당 옆 골목집을 처분하구 산속으로 들어간다.
당분간 동굴에서 살면서리 세상하구 담 쌓고 지낼 거이야.
아니 가끔 소통두 해야갔지. 소통에는 여러 종류가 있갔지만, 내 방식대루 할 기야.
내레 다시 이 욕망적인 도시로 돌아올 것인지 알 수 없다.
기렇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 자유주의 세상에서 완전히 등지지 않는다는 기야." (285p)
《늑대의 사과》는 최인 작가님의 장편소설이에요.
주인공 '나'는 탈북자이자 소설가이며 키즈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남성이에요.
탈북 후 한때 성당에 다녔고, 세례명은 맛디아(마티아)라고 해요. 가톨릭사전에 따르면 마티아는 12사도의 한 사람이던 배반자 유다의 자리를 메우기 위해 요셉과 함께 추천되어 제비를 뽑음으로써 사도로 정해졌는데, 그의 활동과 죽음에 관해서는 확실한 것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순교했다는 전설에 따라 그를 순교자로 추앙하고 있다고 하네요. 그리스도교에서 일곱 가지 죄악을 교만, 인색, 질투, 분노, 음욕, 탐욕, 나태로 규정하는데, 때로는 이 죄목에 악마를 하나씩 대입해서 상징물로 삼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 중세에는 악마 대신 동물이나 환상종을 대입하기도 했대요. 분노의 상징 동물로는 늑대, 음욕의 상징 동물로는 염소, 산양이 있어요. 제목이 특이해서 궁금했는데 그 이유를 저자는 토마토가 유럽에 전해졌을 때 사람들이 이 열매를 저주와 파멸의 독초라고 여겼고, 토마토를 먹으면 사람이 흡혈 늑대인간으로 변한다고 믿었다는 이야기로 설명해주네요.
주인공 키즈는 뱀파이어 소설을 쓰고 있는데, 소셜미디어를 통해 만난 알즈라는 여성과 뱀파이어가 가득한 방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헤어졌어요. 모든 벽에 벌거벗은 남녀 드라큘라로 뒤덮여 있던 방에서 알즈와 보낸 단 하룻밤의 기억이 술 때문에 정확하지 않아요. 정확히 1년 뒤, 그녀가 다시 나타난 이유는 뭘까요. 어떻게 그녀는 키즈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걸까요. 무엇보다는 그녀는 하룻밤을 같이 보낸 뒤 "뱀파이어 소설을 쓰려면 경험이 필요할 거예요. 내가 피맛보기밴드를 소개해 줄게요." (23p)라고 말했어요. 저자가 주인공에게 세례명 맛디아를 부여한 건 그가 진정한 자유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친 선지자라고 여겼기 때문이에요. 주인공은 자유를 찾아 남한사회로 왔지만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운 세상에 진저리를 치고 있어요. 소설에서는 경찰들이 사람을 습격해 피를 빨아먹는 흡혈귀들을 뒤쫓고 있고, 주인공은 흡혈소설을 쓰고 있어요. 소설 속의 소설, 주인공 키즈가 쓴 소설의 제목은 <블러드 서킹>으로 시작했지만 최종적으론 <늑대의 사과>가 되었고, 끝까지 마무리 짓지 못한 채 소이의 블로그에 등록되어 있어요. 욕망과 탐욕, 이기심으로 목마른 사람들이 피를 빠는 흡혈귀가 되어 서로 해치고 싸우는 이야기, 그러나 주인공은 더 이상 맞서 싸우지 않고 동굴을 선택했어요. 이건 도망, 탈출로 봐야 할까요, 아니면 순교일까요. 어쩌면 동굴로 들어간 주인공의 마지막 선택이 남은 건지도 모르겠네요. 짐승이냐, 인간이냐. 과거 사람들은 토마토를 늑대의 사과라고 부르며 인간을 짐승처럼 만드는 독초라고 여겼지만 전부 틀렸어요. 타락하는 인간은 스스로 탐욕, 죄악에 빠졌을 뿐이에요. 토마토가 무슨 죄가 있겠어요. 늑대의 사과인 줄 알고도 먹었다면 그게 죄인 거죠. 죄악에 관한 적나라하고 노골적인 이야기였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