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클래식 라이브러리 8
오스카 와일드 지음, 김순배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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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 세계문학 시리즈 '클래식 라이브러리' 여덟 번째 책이 나왔네요.

처음 세계문학을 접하는 청소년들뿐 아니라 다시 읽는 독자들에게도 새로운 시리즈가 될 것 같아요.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오스카 와일드의 유일한 장편소설이라고 해요.

앗, 유일한 장편소설이라고? 생각해보니 이전에 읽었던 작품들은 단편과 동화였더라고요.

이 소설을 읽고나서야 비로소 오스카 와일드가 어떤 인물인지를 이해할 수 있었어요. 그는 19세기 아일랜드 출신의 시인이자 극작가이며 빅토리아 시대 가장 성공한 극작가로 뽑히는 인물이에요. 성공의 정점에 올랐으나 퀸즈베리 사건이라는 유명한 재판으로 인해 극적인 몰락을 겪게 되고, 막중한 풍기문란으로 감옥에 수감됐어요. 이 사건 때문에 영국에서 영원히 추방되어 프랑스 파리의 작은 호텔에서 생을 마감하게 됐으니 불운한 천재의 말로인 거죠. 와일드는 여성과 결혼하여 자녀 둘이 있었지만 퀸즈베리 후작의 막내아들인 앨프리드 더글라스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돼요. 다혈질에 철부지 귀족 대학생인 더글러스는 아버지에게 반항하는 수단으로 둘의 관계를 드러냈다고 해요. 더글라스는 사치와 향락을 즐긴 데다가 히스테릭한 성격으로 와일드를 괴롭혔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와일드는 더글러스와의 관계를 끊지 못하다가 감옥에 가면서 정신을 차리게 된 것 같아요. 더글러스의 아버지가 고발하는 바람에 와일드는 감옥까지 갔는데, 동성애 스캔들의 당사자인 더글러스는 무사했으니 말이에요. 근데 이해할 수없는 건 출소 이후 더글러스를 다시 만났다는 거예요. 도대체 사랑이 뭐길래, 자신이 파멸로 가는 줄도 모른 채 달려들었을까요.

이 소설은 오스카 와일드의 삶과 세기말 심미주의의 정신을 문학적으로 잘 구현해낸 수작으로 꼽히고 있어요. 안타깝게도 이 작품은 와일드가 법정에 섰을 때 유죄의 증거로 제시되었다고 하네요. 그동안 국내에 출간된 대부분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는 1891년 개정판 혹은 확장판을 번역한 것인데, 이는 출판사가 법적 분쟁을 피하고자 최초의 원고에서 500여 단어를 삭제한 내용이라고 해요. 이번에 아르테 클래식 라이브러리에서는 검열되지 않은 무삭제 원고를 우리말로 옮겨 놓았다는 점에서 특별하다고 볼 수 있어요.

이 소설은 화가인 바질 홀워드가 친구인 헨리 워턴 경(해리)과 나누는 대화로 시작하고 있어요. 방 중앙에는 아름다운 젊은이의 전신 초상화가 이젤에 고정된 채 놓여 있어요. 해리는 초상화를 보더니 감탄하며 갤러리에 출품하라고 권유하는데, 바질은 단호하게 거절하고 있어요. 그 이유는 "거기에 내 존재를 너무 과하게 드러냈기 때문" (9p) 이라는 거예요. 해리가 그 말 뜻을 초상화의 주인공처럼 바질이 본인을 미남으로 여긴다고 오해하자, 바질은 미남인 도리언 그레이에게 푹 빠진 자신의 심정을 고백하게 돼요. 갓 스물을 넘긴 젊은이의 존재감이란 아름다움 그 자체이며, 예술가에겐 최고의 영감을 주는 뮤즈인 거예요. 바질은 자신이 그린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화를 바라보며 진짜 그리언과 함께 있겠다고 말하고 있어요. 바로 그림의 모델인 도리언이 곁에 있는데, 그림을 진짜라고 표현한 이유는 그림은 절대로 변하지 않을 거라고 여기기 때문이에요. 반면 사람은 변하기 마련이니까, 젊은이는 늙어가고 아름다움은 사그라들겠지요. 바질이 숭배하는 건 도리언 그레이일까요, 아니면 아름다운 젊음일까요. 두 사람 사이에서 해리는 냉소적인 조언자 역할을 하고 있어요. 마치 프로이트적 관점에서 세 인물은 본능적인 이드, 현실적인 자아, 그리고 도덕적인 초자아를 상징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오스카 와일드는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이라는 작품에서 자기자신을 너무 많이 드러냈어요. 바질이 초상화를 감추려고 했듯이 와일드도 이 작품을 출간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요. 세상의 비난을 피할 수는 있었겠지만 정작 자신이 누구인지를 밝힐 순 없었을 거예요.

2017년 영국 정부는 특별법인 앨런 튜링법에 의해 오스카 와일드를 포함한 7만 5천 명의 동성애자를 사후 사면했다고 하네요.



"아름다움은 천재성의 한 형태이지만

실로 천재성보다 더 고귀한 것입니다.

설명이 필요없기 때문이죠.

햇살처럼, 봄날처럼, 혹은 우리가 달이라고 부르는,

어두운 수면 위에 비치는 은빛 조개껍데기의 그림자처럼

세상의 위대한 것 중 하나입니다. 의심의 여지가 없지요.

그것은 삶을 통치할 수 있는 신성한 권리를 지닙니다.

그것을 지닌 사람들을 군주로 만들어줍니다.

비웃고 있군요! 아! 당신이 그것을 잃게 되면 웃지 못할 거예요.

사람들은 때로 아름다움이 허울뿐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적어도 그것은 사고만큼 피상적인 것이 아닙니다.

내게 아름다움이란 경이로움 중의 경이로움이지요.

외모로 판단하지 않는 사람은 천박한 사람들뿐입니다.

세상의 진정한 신비는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보이는 것입니다." (3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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