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당신의 안녕이 기준이 될 때 - 멍든 대한민국의 안전 재설계 ㅣ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16
권오성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7월
평점 :
《당신의 안녕이 기준이 될 때》는 인생명강 시리즈 열여섯 번째 책이에요.
지금 대한민국 사회는 안전하지 않아요. 우리는 왜 안전하지 않은 사회에서 살게 되었을까요.
지난 해 제빵공장에서 발생한 끼임 사고로 근로자가 사망한 이후 안전경영 시스템을 대폭 강화한다고 했는데, 최근 두 달 사이 동일한 공장에서 끼임 사고가 연달아 발생했어요. 대형마트에서 카트 및 주차 관리를 하던 직원이 폭염특보가 내려진 날 근무 도중 사망한 사고가 있었어요. 이렇듯 수많은 노동 현장이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데, 주요 언론에서는 이 심각한 사안을 크게 다루고 있지 않아요. 그래서 이 책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어요. 저자는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2007년부터 성신여자대학교에서 노동법을 가르치고 있고, 경기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 노동법연구소 해밀 운영위원 등 여러 단체에서 노동권과 국민의 안전권에 관한 기고와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해요. 우리사회는 단시간에 급격한 경제적 성장을 이루었지만 그러한 경제규모에 비해 안전에 관한 규범이나 문화는 제대로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후진국형 사고가 빈번히 일어나는 거예요. 산업재해는 구조적 원인에서 비롯된 사회적 위험이자 사회적 책임의 영역이므로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는 인식이 필요해요.
이 책에서는 안전 문제에 관한 역사적 맥락과 우리나라의 실태를 다루면서 산업재해가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가 책임을 져야 하는 사회적 위험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어요. 안전에 관한 권리는 국민의 기본권이므로 안전에 관한 국가 정책의 필요성을 재확인하고 있어요. 국민 안전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법률들이 있는데 여기에서는 산업재해와 관련된 세 개의 법률을 주로 설명하고 있어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산업안전보건법」,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를 야기한 기업에 책임을 묻기 위한 「중대재해처벌법」, 업무상 재해를 입은 근로자나 노무제공자를 구제하기 위한「산업재해보상보험법」 의 입법 취지와 기능을 알려주고 있어요. 실질적으로 법이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제대로 알아야 본인의 권리를 찾을 수 있어요. 노동 관계에서 사용자와 근로자는 늘 갑을 관계일 수밖에 없는데, 이제는 고질적인 관행, 위험의 고리를 끊어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 산업 현장을 고려한 현실적인 법 개정이 필요한 거예요. 위험을 알고도 방치한다면 대한민국은 더 이상 선진사회라고 불릴 자격이 없다는 것, 저자는 정부와 기업, 그리고 국민 모두가 경각심을 갖고 산업재해와 시민재해 문제 해결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저자가 서두에서 언급했던 박노해 시인의 '손무덤'의 한 구절이 가슴에 남아 다시금 소리내어 읽었네요.
"기계 사이에 끼어 아직 팔딱거리는 손을
기름먹은 장갑 속에서 꺼내어
36년 한 많은 노동자의 손을 보며 말을 잊는다."
(시집 '노동의 새벽', 느린걸음, 1984) (9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