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집 - 대한제국 마지막 황족의 비사
권비영 지음 / 특별한서재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잃어버린 집》은 권비영 작가님의 장편소설이에요.

이 소설은 대한제국 마지막 황족의 비극을 다루고 있어요. 역사서가 아닌 소설이 될 수밖에 없는 이야기라서 더 슬프네요.

한국 근현대사에서 대한제국은 외면하고 싶은 망국의 시기를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잊고 싶은, 그래서 잊혀진 역사였던 것 같아요.

'나의 어머니 마사코'라는 문장을 본 순간 아차 싶었어요. 나도 모르게 그들을 배제하고 있었던 거예요. 비록 소설이지만 역사에서 소외되었던 마지막 황실의 여인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주니 그제서야 존재를 알아보게 된 거죠. 슬픈 역사 속에 감춰져 있던 얼굴들을 마주하면서 시대적 비극이 어떻게 한 인간의 삶을 뒤흔드는지를 느낄 수 있었네요. 영친왕 이 은과 이 구 그리고 그들의 배우자인 마사코와 줄리아 멀록을 통해서 평생 이방인으로 살아야 했던 아픔을 전해주고 있네요. 감히 그 고통을 이해한다고 말할 순 없겠지만 적어도 그들이 처한 상황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만으로도 다르게 보였어요. "타인의 역사는 흑백이다. 피도 흑백이고, 눈물도 흑백이고, 가슴을 찢는 고통도 흑백일 뿐이다." (335p)라는 문장을 읽으면서, 우리가 대한제국의 역사를 흑백으로 봐왔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흑백 사진처럼 슬픔과 아픔을 진한 회색빛으로 덮어버렸던 거였어요. 대한제국이라는 가장 슬픈 나라의 이름을 이제는 마지막 황실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기억하게 될 것 같아요. 소설 덕분에 잊고 있던 역사를 찾아보게 됐어요.

조선의 마지막 황태자 이은의 삶은 일본의 내선일체 정책에 따라 멀쩡한 조선인이 그 정체성을 상실하고 일본인으로 변화해간 과정을 보여주고 있어요. 고종과 엄귀비 사이에서 태어난 이은은 고종의 일곱 번째 아들이며, 순종의 이복동생이자 덕혜옹주의 이복오빠였어요. 아들이 없었던 순종이 황제에 즉위한 1907년 열 살 나이에 황태자로 책봉되었고, 그해 12월 유학이라는 명목으로 일본에 인질로 잡혀가게 됐어요. 1910년 한일강제합병으로 순종이 폐위되면서 이은은 황태자에서 왕세자로 격하됐어요. 그는 1920년 일본 황실의 내선일체 정책에 따라 일본 왕족 나시모토의 맏딸 마사코(이방자)와 결혼했어요. 소설은 마사코의 시점에서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나고 혼인하게 되었는지를 보여주고 있어요. 이은은1926년 순종이 승하하자 왕위를 계승하여 제2대 창덕궁 이왕이 됐고, 일본 황실로부터 귀족 대우를 받으며 육군사관학교를 거쳐 육군 중장 지위까지 올랐고 물질적으로 일본 황족보다 풍족한 생활을 이어갔다고 해요. 간토(관동) 대지진 때 조선인들이 집단살해되었을 때 한마디 말도 없었다고 전해지는데, 소설에서는 이은의 인간적 고뇌가 느껴졌어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허수아비 황태자의 자괴감을 누가 알 수 있겠어요. 1945년 일본이 패망하면서 신헌법 시행으로 이왕 내외는 왕족에서 평민으로 전락했고 해방된 조국의 초대 대통령 이승만은 정치적 영향력을 우려해 이 씨의 귀국을 허락하지 않았어요. 국적 또한 대한민국과 일본 모두 인정하지 않아 무국적자로 지냈다고 하네요. 이은과 마사코, 그들의 아들 이구의 삶은 시대가 낳은 비극이었어요. 그 비극 앞에 묵묵히 애도할 수밖에 없었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